[도시살롱] 평생직장 대신 평생공부
[도시살롱] 평생직장 대신 평생공부
  • 이아연
  • 승인 2019.07.1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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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셰어하우스 강의를 하던 중, 굉장히 앳되어 보이는 청중이 있어 쉬는 시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랍게도 그는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이미 취업 준비를 시작했으며, 주변 선배들을 살펴보니 졸업 후 1년 이내에 취업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한정 없는 취준생 생활 동안 용돈을 받으며 `등골브레이커`가 되느니, 차라리 `엄빠대출`을 받아, 편의점 알바보다 노력과 시간이 덜 들어가는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용돈을 벌면서 취업 준비에 집중해서 이자까지 쳐서 부모님께 갚아드리고 취업에 성공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들으며 입이 떡 벌어졌다.MZ세대는 최근 몇 년간 성인교육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크게 기여한 주요 공신이다. 이들이 회사에 입사한다고 해서 공부를 멈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의 머릿속에는 평생직장은커녕 5년 뒤도 어찌 될지 모른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다. 과거 세대는 입사 이후 몇 년이 지나면 어떤 직급으로 승진하는 것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으나, 밀레니얼은 직장 내 인구압박(같은 집단 내 경쟁해야 할 인력의 규모)이 몹시 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MZ세대 모두 직업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커리어의 발전기회와 전문지식 습득을 1순위로 꼽았고, 성인교육 시장은 3조원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스스로를 `문레기`라고 농담 반 자조 반 지칭하는 대기업 직장인들이 기백만 원을 지불하고 코딩스쿨이나 데이터 분석 클래스에 등록한다. IT를 모르고 있으면 5년 내에 뒤처질 것 같아서라고 입을 모아 말하면서. 개발자 지인 중 1명은 나이에 비해 매우 높은 연봉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특성상 짧은 직업적 수명이 불안하여 `퇴사학교`에서 창업교실을 수강하고 있다. 

기존 세대가 퇴근 후 학원을 다니며 자기계발을 하던 시대와 달라진 것은 자격증 취득이나 특정 기관의 시험 준비를 위한 시간이 아닌, 보다 실무 중심의 경험 공유 혹은 네트워킹의 성격을 가진 워크숍 형태로 실속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토익 강의만 한 전문강사의 수업을 2시간 동안 듣고 필기를 잔뜩 해서 돌아오는 수업이 아니라, 이제 막 워킹홀리데이에서 돌아온 3명이 강사를 맡아 실감 나는 경험담과 팁을 강의하고,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5명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질의응답을 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식이다. 

이렇게 실제 효용성을 따지는 밀레니얼들을 위해 권위 있는 교육기관들 역시 적극적으로 온라인 클래스와 실속형 교육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480조원에 달하는 미국 거대 교육 시장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아서, 인기를 잃어가는 오프라인 MBA의 자리를 온라인 MBA가 성황리에 대체 중이다. 이렇듯 MZ세대의 적극적인 온라인 활용은 교육 분야에서도 나타나는데, 특히 재미있는 것은 구루미캠스터디와 같이 실시간으로 스터디원들과 공부하는 영상을 공유하는 `캠스터디`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이다. 스터디원들과 목표를 함께 정하고 약속한 시간에 카메라를 켜고 앉아서 공부하는 것으로, 혼자서는 의지가 약해질 수 있고 직접 만나는 모임은 효율이 떨어지니 온라인 공간에서 최적점을 찾은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유튜브에는 현재 `study with me(함께 공부해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수십만 개의 영상이 최고 600만뷰를 기록하며, 먹방 유튜버와 같이 스터디캠 유튜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랑sarang`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튜버는 뉴욕공립도서관의 아름다운 공간을 비추며 2시간가량 공부하는 영상으로 인기를 모았는데, MZ세대들은 "나도 저곳에서 공부를 하는 기분이고, 친구와 약속을 지키는 기분으로 시간을 지켜 집중하게 된다"고 평했다. 기성세대가 집중을 위해 엠씨스퀘어를 사고 독서실 이용권을 끊었다면, MZ세대는 스터디캠으로 서로 독려하고 유튜브의 ASMR를 들으며,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경험을 누리고 있다. 

시험공부 혹은 직무교육도 대세이지만, 온전히 자기만족 혹은 덕업일치를 꿈꾸는 `놀앎러`도 역시 MZ세대의 `공부` 맥락에서 큰 축을 이룬다. 나만이 가르칠 수 있는 독특한 클래스들도 인기라서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숨고, 탈잉, 프립과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여 나만의 클래스를 만들거나 일일체험을 할 수 있다. 내일을 위해 준비하지만 오늘의 즐거움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어차피 평생 공부해야 한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길을 찾으려는 MZ세대의 `열공` 트렌드가 다음은 어디로 향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이아연의 셰어하우스 우주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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