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강협곡서 만든 `포트 와인`…달달한 맛에 긴 여운
도루강협곡서 만든 `포트 와인`…달달한 맛에 긴 여운
  • 김기정 기자
  • 승인 2019.07.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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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와인 성지` 가보니

맛 달콤해 디저트 와인으로 굿
비탈서 재배 손으로 수확
기계화 힘들어 가격이 관건

포도품질 좋았던 해 와인
해당연도 레이블에 표시
`빈티지 와인`으로 인기

아르마냑 브랜디·암포라 숙성
새로운 시도로 차별화 노려
포트루갈 도루강 유역에 위치한 메시아 와이너리. 가파른 급경사 계곡에 포도밭이 있어 포도를 하나하나 손으로 수확해야 한다.
포트루갈 도루강 유역에 위치한 메시아 와이너리. 가파른 급경사 계곡에 포도밭이 있어 포도를 하나하나 손으로 수확해야 한다.

"8월의 섭씨 45도까지 올라가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한껏 당을 끌어올린 포도를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합니다. 포도 품질이 좋아 나쁜 와인을 만들기 힘들지요." 

포르투갈의 `와인 성지`라 불리는 도루계곡에서 포도밭을 운영하는 메시아 와이너리의 마가리다 발렌트 씨는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도루협곡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스페인에서 시작한 도루강은 협곡을 따라 이베리아반도를 가로질러 흐른다.종착점은 포르투갈의 포르투 항구다. 여기서 대서양을 만난다. 과거에는 강에 배를 띄우고 도루협곡에서 수확한 포도를 와인으로 만들어 포르투항으로 수송했다. 아직도 포르투항의 남쪽 빌라노바 드 가야에는 와인 숙성을 위한 저장고가 많다. 지금은 댐이 만들어져 도루강에 유람선이 다닐 정도지만 과거에는 협곡을 따라 물살이 거셌다고 한다. 

메시아 와이너리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 와인`을 생산한다. 맛이 달달해 식후에 마시는 디저트 와인으로 인기다. 포트 와인 외에도 포르투갈 고유의 품종으로 만든 일반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도 생산한다. 한국 소비자들 입맛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색다른 맛이란 점에서 마케팅 포인트가 될 듯싶다.

포르투갈 와인은 국내 와인 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된 와인 중 하나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국에 수입된 포르투갈 와인은 중저가 시장에 포진돼 있다. 그린 와인이나 포트 와인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레드나 화이트 와인은 스페인, 칠레 등 다른 나라 와인들과 경쟁해야 한다. 스페인 와인은 현지에서 병당 1유로보다 저렴한 제품들도 상당수 한국 시장에 들어와 있다. 

다만 스페인 와인은 와이너리마다 다소 품질에 편차가 있다면 포르투갈 와인은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게 와인 수입업계 평가다. 

칠레와 같은 신대륙의 포도 산지들은 대부분 평지다. 대단위 포도밭에서 기계로 포도 수확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포도밭은 산악지형에 소규모로 조성돼 있다. 도루는 가파른 산비탈에 포도밭이 조성돼 있어 기계화가 불가능하다. 도루 지역은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았다. 

대규모 생산과 기계화가 쉽지 않아 가격을 낮출 수 없다면 또 다른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메시아 와이너리의 포트 와인들. 자신의 태어난 해에 수확된 빈티지 포트를 구매하려는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메시아 와이너리의 포트 와인들. 자신의 태어난 해에 수확된 빈티지 포트를 구매하려는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메시아 와이너리에는 다양한 빈티지 포트 와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수확한 포도 품질이 좋았던 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은 해당 연도를 레이블에 표시해 빈티지 와인이라고 부른다. `생빈`이라고 자신이 태어난 해의 빈티지 와인을 모으는 와인 애호가도 많다. 예를 들면 1977년생이 1977년 빈티지 와인을 사서 모으는 식이다. 포트 와인의 경우 빈티지 와인이란 표현 대신 빈티지 포트라고 부른다. 메시아의 빈티지 포트들은 병 디자인이 독특해 한국의 `생빈` 소비자에게 선물이나 장식용으로도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정남쪽 세투발 지역에는 달콤한 모스카텔 와인으로 유명한 호세 마리아 다 폰세카 와이너리가 있다. 이 와이너리 집안의 일원이자 수석 와인양조가인 도밍고스 소아르스 프랑코 부사장은 포트 와인에 사용되는 일반 브랜디 대신 프랑스 아르마냑(Armagnac) 브랜디를 사용한 `프리바다 모스카텔 드 세투발 알르마냑`으로 히트를 쳤다. 

그는 최근 암포라(Amphora) 와인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암포라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호리병 모양의 고대 그리스 진흙 용기로 식음료 저장에 사용됐다. 실제 눈으로 본 암포라는 한국의 장독대 같았다. 여기에 와인을 넣고 숙성시키면 `흙맛`이 배어 나온다. 화이트와인을 넣으면 흙과 호흡하면서 오렌지색으로 변한다. 프랑코 부사장은 "암포라는 진흙으로 만드는데 진흙의 원산지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진다. 진흙을 블렌딩하고 이에 적절한 와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에는 가족 단위로 경영하는 중소 와이너리가 많다. 2004년부터 포르투갈은 상속세를 폐지해 가족 경영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알렝케르의 초카팔라 와이너리도 그중 하나다. 

창업자인 파블로 타바레스 드 시우바 씨는 포르투갈 해군장교로 당시 식민지였던 앙골라에서 근무하다 은퇴 후 와이너리를 창업했다. 지금은 아내와 두 딸이 와인 양조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이 경영하는 중소 와이너리는 대형 와이너리에 비해 장인정신이 살아 있다. 통상 포도 농장 규모가 200㏊는 돼야 연구실이 있고 일정한 품질의 와인이 생산되는데 초카펠라 와이너리는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연구실도 있고 위생상태도 깔끔했다. 

시우바 씨는 "2014년엔 비가 많이 와서 와인 맛이 희석됐다. 그해 생산된 와인은 일반 벌크 와인으로 팔고 초카팔라 브랜드로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음자들 주목을 받은 와인에 `초카팔라 리저르바 화이트와인`이 포함됐다. 연간 2500병만 생산된다고 한다. 

"향후 생산을 더 늘릴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시우바 씨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우바 씨는 "천천히 성장했지만 품질을 유지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돈을 더 벌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한 시음자는 "600병을 주문하고 싶다"며 매수의사를 밝혔다. 그는 "오너 가족이 철학을 가지고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것 같다. 와이너리의 위생상태도 청결하고 깔끔했다. 무엇보다 와인 맛에서 힘이 느껴진다. 힘이 있는 와인은 병 속에서 숙성되며 시간이 지나도 맛이 더 좋아진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와인 수입의 세계는 치열하고 또 냉정하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와인의 종류는 수천 종이다. 몬테스알파, 1865처럼 대박을 친 아이템도 있지만 먼지만 쌓인 채 조용히 사라진 와인이 더 많다. 

한 와인 수입상은 "전문가의 입맛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특히 중저가 와인의 주고객인 젊은 층의 입맛을 잘 이해해야 와인 수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인 맛을 너무 잘 아는 수입상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만 수입하다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와인 수입업계의 정설"이라고 덧붙였다. 

■ 포르투갈 와인 산업
100년전쟁후 급성장…색다른 맛 많아 인기 

포르투갈은 남한 정도 땅덩어리에 인구 수는 서울과 유사한 1000만명이다. 전체 농지 면적에서 포도밭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국민 1인당 와인 소비도 전 세계 1위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호주, 독일 등에 이어 세계 11위 와인 생산국인 포르투갈의 와인 역사는 기원전 로마 점령기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포르투갈 대표 와인인 `포트 와인`을 전 세계에 알린 건 1337년 시작된 영국과 프랑스 간 100년전쟁 이후다. 전쟁이 벌어지자 영국은 프랑스 와인 대신 포르투갈에서 와인을 수입했다. 포르투갈 상인들은 영국으로 수송하다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넣었다. 덕분에 포트 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20%를 넘는다. 소주보다 더 독한 셈이다. 당시 영국인들은 수출을 담당한 항구 이름인 `포르투` 항구를 따서 포트 와인이라 불렀다. 맛이 달콤해 식후에 마시는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포트 와인의 탄생이다. 

1974년 무혈 쿠데타인 카네이션 혁명으로 살라자르 독재 정부가 무너지고 1986년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하면서 포르투갈 와인 산업도 꽃피우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에는 특히 250여 종이 넘는 포르투갈 고유 품종을 고집하는 와이너리가 많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포르투갈에도 100유로가 넘는 고가 와인이 많지만 아직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수입되지는 못하고 있다. 프랑스나 미국의 고가 와인과 달리 포르투갈 와인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와인 수입상은 "한국 소비자 입맛에 포르투갈 와인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도루·앙켈레크·세투발(포르투갈) = 매일경제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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