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기적,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 #4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하는 나라
[싱가포르의 기적,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 #4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하는 나라
  • 조철민
  • 승인 2019.08.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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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Pinnacle at Duxton, www.architecturelab.net/pinnacle-duxton-arc-studio-architecture-urbanism/)
이미지 출처(Pinnacle at Duxton, www.architecturelab.net/pinnacle-duxton-arc-studio-architecture-urbanism/)

위의 사진은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에서 공급한 피나클 공공주택의 전경을 보여준다. 유려한 디자인의 이 공공주택은 26층과 50층에 5백미터 길이의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스카이브릿지가 있는 높은 수준의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공공주택이라고 하면 정부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국민주택 이하 규모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떠올리곤 한다. 국내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공공에서 공급하는 주택을 열악한 주거 형태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싱가포르는 그렇지 않다.

주택 정책 연구에서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모델은 주요 사례로 언급되는 모델 중 한 곳이다. 미국의 시장주의 모델, 독일의 민간임대주택 모델, 네덜란드의 공공임대주택 모델, 북유럽의 사회주택 모델,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모델은 주택 정책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토지임대 환매조건부 주택분양’ 이라는 다소 생소한 형태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이는 주택은 기본권으로서 모든 이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인권 인식과 공공재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며, 동시에 사적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재라는 인식을 동시에 포함한다.

싱가포르의 특징은 공공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에 국민의 약 80%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의 90%가 이를 실소유하고 있다. 거주자가 해당 주택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토지 소유주가 주택에 거주하는 수분양자가 아닌 정부이며 장기적인 토지임대차를 기반으로 주택을 소유한다. 공공주택을 분양 받고 최소 거주 기간이 지나기 전에 매각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택개발청에 환매해야 한다. 최소 거주 기간을 넘으면 2차 시장에서의 자유롭게 거래하여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2차 시장을 통해 기존 주택을 매각하여 시세 차익을 확보하고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갖춘 민간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유롭게 거래되는 2차 시장과 전체 주택 물량의 약 20%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주택은 가격 변동성이 높으며 투자적 요소가 강하다.

주택개발청은 이러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개발사업의 주체이며 싱가포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택 공급업체이다. 국가 소유의 토지에 중앙적립기금(CPF)의 지원을 통해 인근 민간주택의 절반 수준 가격의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하여 싱가포르 국민 대부분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하였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의 모든 국민이 양질의 주거환경을 갖춘 반값 아파트에 살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민간주택의 자가 소유까지 포함하여 오늘날 싱가포르는 전국민의 91%(2019년 8월 기준)가 자신의 집을 소유한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하는 나라’ 라는 명성을 갖게 되었다.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주로 임대 형태가 아닌 소유 형태로 거주하고 있어 공공임대주택 모델이 지닌 거주 연속성의 불확실성, 단지의 슬럼화, 시세 차익 불가 등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주거환경을 갖춘 주택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급하여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주거권을 충족시키고, 주택 가격의 거품을 제한하는 모델을 구축하였다. 다만, 공공주택은 이곳을 분양 받을 수 있는 자국민에게는 큰 특권이지만 이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매우 높은 주거비를 지출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도시로 외국인과 같이 주택개발청 주택 모델의 혜택에서 벗어난 인구가 전체 싱가포르 내 인구의 약 30% 로 상당수의 사람들은 싱가포르에서 살기 위해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주택은 종종 사회적 공익으로 간주되며 정부의 참여가 요구된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개발은 싱가포르 정부가 독립 후 반세기 동안 진행한 도시 계획의 비전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싱가포르 주택 정책의 목표는 모든 국민에게 안정된 주거생활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공주택 자가소유 정책을 펼쳤다. 싱가포르 도시 경관에서 내부에서는 보편적이지만 외부에서는 특별하게 보이는 특징 중 하나가 주택개발청에 의해 개발된 아파트 단지이다. 실제로 주택개발청이 지은 공공주택 단지들은 싱가포르 개발 산업의 물리적 성장 그 자체를 의미한다.

싱가포르의 첫 번째 컨셉 플랜이 1971년 수립되었고, 주택개발청은 두 가지 기본 원칙에 따라 공공주택을 계획하였다. 첫째는, 장기적인 주택 수요를 충족하며 제한적 규모의 토지를 극복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고밀도의 고층 공공주택 건설을 유도하는 것이며, 두번째는 완전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 사회,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지속 가능한 자립형 신도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다른 국가들의 공공주택과 비교했을 때 싱가포르 공공주택에는 크게 몇 가지의 특이점을 보인다.

첫째로는 국가 건설 과정에 있어서 공공주택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64년 초, 싱가포르 정부는 이주민이 싱가포르에 정착하고 가정을 꾸리려면 주택 소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식민통치 이후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주택난 해결, 슬럼에 가까운 주거환경 개선, 빈곤 극복, 경제적 사회적 안정, 국가형성기반 마련 등을 위하여 모든 국민이 주거를 소유하게 한다는 자가소유정책을 추진하였고, 이를 위해 토지국유화를 기반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하였다. 둘째로는 공공주택은 주거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재화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퇴직과 같은 미래를 대비하여 자본화 할 수 있는 재무적 자산으로 간주된다. 1981년 이후 최소 점유 기간을 충족한 주택개발청 아파트 소유자는 아파트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고 이로 인해 주택개발청 아파트 거래를 위한 2차 시장이 형성되었다. 소유자들은 대개의 경우 2차 시장에서 아파트 가격 차익을 통한 자본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셋째로는 공공주택의 적절한 관리와 유지를 통하여 아파트의 가치가 유지된다. 1990년부터 선거 구역을 기준으로 공공주택의 공용 공간을 관리하기 위해 지역 의회가 설립되었고, 선출된 의회 의원과 주민이 지역 의회의 운영을 담당했다. 강제력 있는 법률 제정과 명확한 규정으로 오늘날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대개의 경우 잘 유지되고 있다.

싱가포르 주택 정책을 설명할 때, 주택개발청 못지않게 중요하게 언급되는 정부 기관이 중앙적립기금이다. 중앙적립기금은 국내의 국민연금처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1968년 근로자의 은퇴 후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주택 구입 지원, 의료, 교육 등의 목적으로 자금이 사용된다. 주택개발청은 주택의 건설과 관리를 담당하고, 중앙연금기금은 이를 위한 금융지원을 수행한다. 싱가포르의 자가주택 보유율이 90%를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가 토지국유화를 통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주택개발청을 통해 공급하고 국민들은 중앙적립기금 저축을 통해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싱가포르 주민들은 중앙적립기금 계정에 강제적으로 저축해야 하며 일반 계정에 있는 자금을 주택 구입을 위한 계약금 지급과 매월 지급되는 원리금 상환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 보조금과 중앙적립기금 저축을 통해 주택 구입을 위한 목돈 마련이 가능하고, 주택담보 대출을 저리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택 매입이 용이하다. 민간업체가 공급하는 민간주택의 가격이 공공주택 가격보다 두 배 수준 비싸고, 공공주택 구입 시에는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국민의 80% 수준이 주택개발청 공공주택에 거주한다.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국내의 경우 주택 자가 소유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임차시장은 불안하며,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일반 직장인이 자력으로 접근이 불가한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변화 요인도 새로운 주택 정책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모델을 서울에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

싱가포르의 모델을 서울에 도입하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의 개발 가능한 토지의 대부분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으며, 폐쇄적인 섬 국가로 추가적인 인구 유입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반면에 서울시의 개발 가능한 토지의 많은 부분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으며, 고도 성장 시기에 무분별한 수분양으로 인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또한 전국의 인구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서울권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 싱가포르와 서울은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주택 정책의 개념적인 특징은 일부 차용할 수 있다. 나중에 이어질 칼럼에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 정책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각기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주택은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인권의 영역에 속하면서 공공재적 성격과 동시에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투자재적 성격을 지닌다. 정치인들의 인기가 걸려 있는 정책적 수단이며, 경기부양을 위한 수단이 되며, 수요와 공급 시점에 큰 시차를 보이는 복잡한 영역에 있다. 한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철민 대표(차밍시티)]

연세대학교에서 주거환경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복합쇼핑몰 현장 공사 관리를 담당하였다. 이후 텍사스A&M대학교에서 부동산개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뉴욕대학교에서 부동산금융과정을 수료하였다.

자산운용사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담당하였고, 현재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공모형 부동산 투자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차밍시티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기적]을 번역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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