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4 진정성 담긴 건물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4 진정성 담긴 건물
  • 그레이스 박
  • 승인 2019.08.1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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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카페가 생긴다. 오죽하면 #신상카페, #가오픈카페 해시태그가 인기일까. 새롭고 핫한 카페도 좋지만,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운영되는 카페를 찾고 싶었다. 카페 투어의 성지라고 불리는 연남동, 망원동에 위치한 카페가 아니라. 나의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일상에서 편히 들릴 수 있는 카페를 찾고 싶었다. 그런 곳은 어디일까? 한참을 고민하다 떠오른 곳이 있었다. 여의도 SK증권 빌딩 1층 로비에 위치한 카페 진정성.

만일 누군가 내게, "추천할만한 카페의 입지가 있나요?"라고 물어본다면, 이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일 낮에는 직장인들이 다니고, 저녁과 주말에는 여의도 주민들이 모이는 곳. 여의도 메인 오피스 권역에서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평일과 주말 모두 손님이 꾸준한, 안정적인 곳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시간을 쌓으며, 카페를 운영해도 괜찮지 않을까?

금요일 저녁 9시,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진정성을 찾았다.

무슨 메뉴를 마실까 고민하다, 에티오피아 첼바 내츄럴을 한잔 주문했다. '대표 메뉴인 밀크티를 시켜야 하는데, 잘못했나' 하며, 후회를 할 무렵, 드립 커피가 나왔다. 향이 좋았다. 한 모금 마시니,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였다. 커피라기보다는, 원두의 특유의 향긋함을 잘 살린 '차' 같았다. 정성을 담아, 섬세하게 내린 기분 좋은 커피 한 잔이었다.

금요일의 기억이 좋아, 일요일 오후 남편과 함께 다시 찾았다. 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이번에는 아메리카노와 밀크티를 주문했다. 결제 후, 영수증을 보았는데 눈을 의심했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3,500원, 밀크티의 가격은 4,500원이었다. 매일 마시기에 부담 없는 가격. 이곳은 오피스 권역에서 어떻게 커피를 팔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계시는구나. 오피스 권역은 유동 인구가 많아, 회전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 빨랐다. 특히 1층 로비라면 더욱더.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커피 맛 어때?" 그는 동그랗게 눈을 뜨며 이야기했다. "퀄리티 정말 훌륭하다." 그의 말에 공감했다. 이 커피는 분명 가격 이상의 값어치를 하고 있었다. 함께 나온 밀크티 맛있었다. 신선한 우유에 티를 가득 우려낸 맛. 물이 안 들어가서 진하고 맛있었다. 직접 만들기보다, 이 가격에 사서 마시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밀크티와 커피를 번갈아 마시던 남편은 이야기했다. "여긴 실내인데도 야외에 위치한 정원 같아. 구조를 살펴보면, 정중앙에 커피 스탠드가 있고, 이를 둘러싸고, 주변에 벤치가 있잖아. 곳곳에 나무 화분들도 있고. 그래서인지 조그마한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야."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오피스 속 작은 회색 정원이었다. 어쩌면 이곳은 도심 속 오아시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K증권 직원들이 이곳을 왜 사내 복지 시설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았다.

오피스 로비의 입구. 스피드게이트 옆에 위치한 카페. 카페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자리인데. 임대인 입장에서는 아무에게나 선뜻 내어주긴 쉽지 않은 자리였다. 자칫하면, 카페가 건물의 얼굴인 로비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정성은 그러한 임대인의 고민을 "도심 속 정원"이라는 컨셉으로 잘 녹여내고 있었다. 건물의 품격을 살려주는 리테일 시설이었다.

남편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과거에는 오피스 로비들은 정말 딱딱했잖아. 외부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끔 힘을 주는 것에 주력했지.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난 것 같아. 문턱이 낮아졌어. 좀 더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아. 그런 방법이 건물을 브랜딩 하는 것에도 더욱 효과가 있는 것 같고. 혹자는 이곳을 SK증권빌딩이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곳을 진정성 있는 건물로 기억하겠지."

커피와 밀크티를 마시고 나가며, 인사를 했다. "정말 맛있게 잘 마셨어요." 음료 한 잔에 진정성이 담긴, 좋은 가게였다.

[그레이스 박]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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