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5 1인카페의정석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5 1인카페의정석
  • 그레이스 박
  • 승인 2019.08.23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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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창덕궁 인근에 위치한 .txt를 찾았다. 2019 커피 엑스포에서 인상 깊었던 곳.

가게는 조금 외진 곳에 있었다. 안국역에서 계동 현대사옥을 지나 안으로 쭉 들어갔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 사람들이 과연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을까? 프릳츠나 어니언과 같은 유명한 카페들이 앞에 포진해있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고 이 안쪽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떤 매력을 갖춰야 이 장소에서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나의 우려는 기우였다. 점심시간, 카페에는 사람들이 의외 많았다. 현대 직원들뿐 아니라 외국인 친구들도 보였다. 두리번거리는 내게 사장님께서 이야기하셨다. "1번 칸에서 종이를 뽑아 주문서를 작성해주셔요." 주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직접 주문서를 작성하는 시스템. 1인 카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 같았다.

주문서를 제출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공간이 군더더기가 없다. 더퍼스트펭귄에서 디렉팅을 했다고 하더니, 효율적으로 잘 만든 공간이었다. 벽면을 차지하는 선반에는 한 번씩 사용할 원두가 실린더에 담겨있었다. 주문서를 받은 후, 선반에서 해당 원두를 찾고, 분쇄하여, 드립으로 내려주는 시스템. 빠르고 정확했다.

커피를 내리는 물줄기는 거침이 없었다. 너무 과감히 물을 부으셔서, 슬몃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추출 시간도 시간도 조금 길었다. 아, 떨떠름하면 안 되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장님은 개의치 않으시고 한 잔을 건네주셨다.

오오라. 이것 참 맛있네. 떫지도 않고, 클린한 맛.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맛있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원두는 15g만 사용한다고 하셨다. 원두를 적게 사용하니, 원가가 줄어들었고, 떫은맛도 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고. 분쇄도와 물의 양을 아주 적절히 맞추어, 적은 양의 원두로 최적의 효율을 뽑고 있었다.

주문 방법의 간소화, 원가 절감. 효율적인 프로세싱. 시크한 사장님의 수줍은 미소까지. 참 좋은 공간이었다.

[그레이스 박]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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