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만사유통] 의류 매장에서 북 콘서트가 열리는 시대, ‘야누스토어’의 과제는?
[석혜탁의 만사유통] 의류 매장에서 북 콘서트가 열리는 시대, ‘야누스토어’의 과제는?
  • 석혜탁
  • 승인 2019.08.2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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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스의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 H’ 외관 Ⓒ 석혜탁 촬영
헤지스의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 H’ 외관 Ⓒ 석혜탁 촬영

최근 소비 공간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1차원적인 공간이 아니라, 다기능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히 ‘야누스토어(Janus+Store)’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얼굴로 고객을 맞이하는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야누스토어의 대표적인 예가 서울 명동에 위치한 ‘스페이스 H’다. 캐주얼 의류 브랜드 헤지스의 6층짜리 플래그십 스토어인 이곳 1층에는 다름 아닌 북카페가 들어서 있다. 유수의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콤마’다. 1층이면 오프라인 의류 매장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장소 아닌가? 그런데 난데없이 북카페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천장까지 높게 닿아 있는 책장에 인기 작가의 책이 가득 비치되어 있다. 이 매장의 첫인상은 도서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책을 처방해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1층 북카페 Ⓒ 석혜탁 촬영
1층 북카페 Ⓒ 석혜탁 촬영

어찌 보면 그 비싼 명동 땅 한복판에 조금이라도 더 옷, 가방, 신발 등을 진열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이색적인 북카페가 의류 매장 내에 성업 중이라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북’카페’이니 많은 책들 속에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시 낭독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김영하 작가의 사인회 및 강연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김영하 작가가 학교나 대형 강연장이 아닌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강연을 하게 된 셈이다. 이 외에도 시인 이병률, 소설가 은희경 등이 이곳의 연단에 섰다. 

의류 매장이 서점으로 변신했다가, 강연장이나 카페로 바뀌기도 하며,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이벤트 공간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실제로 루프탑에 별도 공간을 마련했는데, 이곳에서 여러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페이스 H는 여러 색깔의 매력을 뽐내며 공간 자체를 명소화하며 헤지스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또한 명동에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오니, 아시아 거점 매장으로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쌓아갈 수 있다는 측면도 빼놓을 수 없겠다. 

‘야누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디자인해서 운영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아직 선례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야누스토어 운영에 대한 4가지 핵심 과제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성공적인 ‘야누스토어’가 되려면 기능의 다변화뿐 아니라 창의적인 동선 구축도 필요하다. 고객은 단조로운 매장 설계에 금방 싫증을 내기 마련이다. ‘스페이스H’는 0.5층, 즉 반층씩 엇갈리게 연결되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방식을 선보였다. 일본 건축가 ‘신 오호리(Shin Ohori)’의 작품이다. 한 구간에서 한 개의 층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층의 디자인과 분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는 이채로움이 있다. 층별 단절감 없이 연속되는 공간의 느낌을 살린 것이다. 

반층씩 엇갈리게 연결되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방식 Ⓒ 석혜탁 촬영
반층씩 엇갈리게 연결되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방식 Ⓒ 석혜탁 촬영

둘째, 매장 내에서도 각 공간의 질감을 다채롭게 구성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한 공간에서 야누스 같은 매력을 뽐내려면, 이렇듯 세심한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스페이스 H’의 2층은 여성 의류/액세서리 코너인데, 나무와 대리석을 활용해 따뜻한 여성의 방을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남성의류 코너인 3층은 나무와 금속을 조합해서 차별화했고, 키즈 의류 코너는 화사한 색감을 활용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셋째, 커뮤니티 기능에 대한 고민이다. 해당 매장에 오래 머무르고, 자주 방문하게 하려면 일회성이 아닌 특정 주제를 잡고 정기적인 강연회를 개최한다든가, 네트워킹 파티를 주관한다든지, 취향을 공유하는 전시를 여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쇼핑의 대척점에 있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은 이항대립의 개념이 아니다. 최근 많이 회자되는 개념이 O4O(Online for Offline)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시너지가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니만큼, 둘을 잘 조화할 수 있는 마케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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