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기적,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 #6 아시아 부동산 금융의 중심지
[싱가포르의 기적,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 #6 아시아 부동산 금융의 중심지
  • 조철민
  • 승인 2019.09.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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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fool.sg/how-to-invest/buy-the-best-singapore-reits-with-this-complete-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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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컨설팅 업체인 지옌(Z/Yen)에서 지난 3월 발표한 글로벌금융센터지수(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에 따르면, 서울의 국제 금융 경쟁력 지수는 조사 대상 112개 도시 중 36위로, 중국의 칭다오(29위), 일본의 오사카(31위) 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반면에 싱가포르는 전세계 도시 중 4위에 위치하며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전세계의 금융 시장을 연결하여 아시아와 싱가포르의 경제 발전을 주도하며 아시아 지역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고, 이를 실제로 이뤄내고 있다.

싱가포르는 부동산 금융 분야에서도 아시아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지닌다. 실물 부동산과 자본 시장이 결합한 부동산 펀드, 리츠와 같은 유동화 시장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하였으며, 이를 통해 싱가포르 중심상업지역 내 70% 이상의 프라임 오피스를 리츠 혹은 부동산 디벨로퍼가 보유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자국을 넘어 전 세계에 위치한 부동산을 매입하여 리츠 포트폴리오의 지역적 다양성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2019년 5월 기준, 44개의 리츠가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으며, 이 중 36개의 리츠가 해외 부동산을 편입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금융, 특히 리츠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통해 도시 국가 싱가포르가 아시아 부동산 금융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리츠는 일반 개인투자자도 대규모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모형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이다. 주식의 형태로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일반인들이 소규모의 자본으로도 쉽게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다. 안정적이고, 환매가 용이하며, 장기 투자가 가능하며, 은행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배당을 지급하여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리츠는 미국,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의 금융 선진국에 발달해 있으며,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도입하였고, 도입 중에 있다. 미국의 경우 한화 약 3,600조원($3 trillion) 규모의 리츠가 거래되고 있으며, 기관투자자 뿐만이 아닌 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다. 미국리츠협회(NAREIT)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츠에 투자하는 미국인은 약 8,000만명 수준으로, 이는 미국 전체 인구 3억 2,000만명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 1997년 아시아 부동산 금융 위기 이후, 싱가포르 내 많은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은행들은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대출을 꺼렸고,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대규모의 상업용 부동산을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아시아 부동산 시장은 약세를 보였고 기관투자자들은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자산 출구 전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부외거래' 증권화 기술의 발달로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소유한 기업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각할 필요 없이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을 장부에서 제외하기 위한 유동화 수단으로서 리츠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리츠를 부동산 매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였고 이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 가치를 실현하였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없는 부동산을 리츠를 통해 유동화 할 수 있었고 개발 회사들은 부외금융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리츠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상업용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정기적으로 배당 받는 동시에, 재무제표 상의 부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리츠의 자산관리를 담당하면서 각 종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개발 회사의 장부에 작성될 때 그것의 순자산 가치가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반영된다. 안정적인 수익을 발생시키는 부동산을 변동성 높은 부동산 개발 회사의 개발 사업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부동산에 대한 더 공정한 시장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캐피탈랜드 몰 트러스트’가 2002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부터 계속된 성장세를 보여왔다. 2001년 11월, 캐피탈랜드는 3개의 쇼핑몰(정션 8, 탬피니스 몰, 후난 IT 몰)을 소유하고 있는 ‘싱몰 부동산 트러스트’의 기업 공개를 시도하였다. 당시 기업 공개 규모는 한화 약 4,600억 원(S$530million) 규모였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의 청약율이 78% 수준에 머무르면서 기업 공개를 철회하였다. 2002년 7월에는 기존과 동일한 3개의 쇼핑몰을 자산으로 하는 ‘캐피탈몰 트러스트’(향후 캐피탈랜드 몰 트러스트로 변경됨)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리츠 기업 공개를 다시 시도하였다. 다만, 기업 공개 규모를 기존보다 축소한 한화 약 1,800억 원(S$213million) 규모로 진행하였다. 결국 기업 공개를 통한 주식 매각분의 5배 이상의 자금이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로부터 모집되었다. 2002년 최초 상장 당시 3개의 부동산을 편입하고 있던 캐피탈몰 트러스트는 2019년 현재에는 15개의 자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리츠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작은 규모로 인해 포트폴리오 자산의 지리적 다양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메이플트리 로지스틱 트러스트’는 2005년에 싱가포르에 위치한 14개의 창고 및 산업용 부동산을 보유한 리츠로 시작하였고, 이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한국, 베트남 등 여러 지역에 걸쳐 111개의 물류용 부동산을 보유한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물류용 리츠가 되었다. 2014년 메이플트리 로지스틱 트러스트의 자산 가치는 10년 전인 2004년 기업 공개 당시 대비하여 10배 수준 증가하였다. 또 다른 예로, ‘에스콧 레지던스 트러스트’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임대주택 등의 숙박용 부동산을 보유한 리츠로 지리적으로 다양한 86개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및 유럽에 걸친 14개 국가 37개 도시에 위치한 숙박용 부동산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츠이다.

2002년 ‘캐피탈몰 트러스트’와 ‘아센다스 리츠’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여러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리츠를 활용하여 상업용 부동산을 유동화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내 강력한 스폰서 기관들이 산업에 따른 여러 유형의 리츠를 주식에 상장하였으며, 국내를 넘어 해외의 부동산 편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9년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44개의 리츠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한화 약 88조원(US$73billion)의 시장 규모를 보이고 있으며, 평균 배당 수익률은 6.5% 수준이다.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지난 10년간 22%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여왔으며, 44개의 리츠 중 80%는 아시아 퍼시픽, 동아시아, 미국, 유럽 등에 위치한 부동산 자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의 많은 부동산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 형태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명확한 비전, 체계적이고 명료한 정책 규정, 기업 친화적인 정책 및 혜택, 강력한 스폰서 기관의 존재, 부동산 디벨로퍼 및 금융 기관의 도전 정신, 다양한 형태의 기관투자자, 리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개인투자자 등의 여건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국내의 리츠 시장은 주식에 상장된 공모형이 아닌 기관투자자 위주의 사모형 리츠와 임대주택 정책 사업을 위해서 리츠의 형태만 일부 차용한 리츠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규모 면에서도 가시적인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부동산 펀드 시장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반면에 리츠 시장은 눈의 띄는 발전을 하지 못했다. 부동산 펀드와 리츠는 비슷한 구조와 성격을 지닌 집합투자기구이지만 부동산 펀드는 금융 상품으로 간주되어 상장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반면에 리츠는 일반 주식회사가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수준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절차상의 제약이 있다. 이로 인해 리츠는 부동산 펀드에 비해 설립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자기자본 기준이 높으며, 부동산 펀드에서 필요하지 않는 여러 기준을 적용 받아 상대적으로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절차상의 복잡함과 불확실성, 담당 부서간의 갈등, 역량 있는 스폰서 기관의 부족, 시장의 불신 등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국내 리츠 시장은 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국내에서도 복수의 부동산을 포함한 영속형 리츠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며 시장에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수의 리테일 부동산을 편입한 ‘이리츠코크렙’과 판교 및 용산의 오피스 부동산을 편입한 ‘신한알파리츠’가 주식 상장에 성공하였고, 안정적인 주식 가격 추이와 배당률을 보이고 있다. 신한알파리츠는 상장 당시 4.32대1의 청약 경쟁력을 보였으며, 올해 초 486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였고, 지속적인 주식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0월 주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리츠’는 인지도 높은 부동산을 대량 보유한 강력한 스폰서 기관으로서 대규모 상장 리츠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공모 리츠와 부동산 펀드 모두 자산유동화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방향성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사모 부동산 펀드는 주로 부동산을 매입하여 몇 년간 임대료 수입을 얻고 자산 매각을 통해 시세 차익을 얻는 재무적 수익을 주된 목표로 한다면, 공모 리츠는 재무적 수익과 더불어 스폰서 기관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해당 산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가 함께한다. 스폰서 기관은 공모 리츠를 통해 모집한 자금을 본업에 다시 투자함으로써 기존 비즈니스의 개선 및 확장을 주된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리테일 기업이 스폰서 기관으로서 공모 리츠를 상장한다면, 리츠에 편입된 리테일 부동산을 개선하고 리테일 사업 다변화를 위해 공모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에, 일반적인 부동산 펀드의 수익권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는 자산의 운용에 직접적인 관여가 불가하다. 부동산 간접 투자 시장의 활성화와 부동산 회사, 산업, 투자자 간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및 민간 모두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철민 대표(차밍시티)]

연세대학교에서 주거환경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복합쇼핑몰 현장 공사 관리를 담당하였다. 이후 텍사스A&M대학교에서 부동산개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뉴욕대학교에서 부동산금융과정을 수료하였다.

자산운용사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담당하였고, 현재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공모형 부동산 투자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차밍시티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기적]을 번역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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