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을 통째로 비웠다…금싸라기 땅의 실험
1층을 통째로 비웠다…금싸라기 땅의 실험
  • 김기정 기자
  • 승인 2019.09.1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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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밸류·이지스운용, 가로수길 `가로골목` 공동 개발

임대료 비싼 1층 열린 공간으로
다른층 3.3㎡당 50만원에 임대

외벽 없앤 누드형 쇼핑몰에
나선형 노출 계단으로 설계
위층 상권도 활성화 유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들어선 쇼핑몰 `가로골목`. 골목길을 표방한 이동통로가 쇼핑 공간을 나선형으로 감싸고 도는 독특한 형태다. [사진 제공 = 네오밸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들어선 쇼핑몰 `가로골목`. 골목길을 표방한 이동통로가 쇼핑 공간을 나선형으로 감싸고 도는 독특한 형태다. [사진 제공 = 네오밸류]

리테일 상업시설 개발은 통상 `임대면적` 극대화를 우선시한다. 또 임대료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1층 수익성이 개발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러한 쇼핑몰 개발의 문법과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한 공간이 등장했다. 그것도 금싸라기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 중심부에서 벌어진 일이다.가로수길의 최근 거래 가격은 대지 기준 3.3㎡당 2억5000만원에 달한다. 대담한 도전정신을 발휘한 곳은 국내 대표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 네오밸류다. 이들은 사업비 480억원을 들여 신사동 가로수길에 쇼핑몰 `가로골목`을 최근 오픈했다.

대지 723㎡(약 219평), 연면적 2346㎡(약 720평)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된 `가로골목`은 실험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외벽을 없앤 누드 쇼핑몰은 시각적으로 파격이다. `가로골목`은 골목길을 표방한 이동 통로가 쇼핑 공간을 나선형으로 감싸는 구조다. 인사동 `쌈지길`이 가운데 중정을 두고 돌아가는 동선이라면 `가로골목`은 가운데 상점을 두고 복도가 주위를 감싸는 형태다.

통상 복도와 계단은 임대면적에서 빠진다. 돈이 안 된다는 소리다. 상가 건물을 개발할 때 계단을 가장 구석진 곳에 몰아넣는 이유다. 하지만 `가로골목`은 임대면적을 최대화하는 설계를 포기하고 대신 외부로 노출된 나선형 골목길을 만들었다. 이러한 계단은 2~5층 접근성을 높여 상층부 임대료를 높일 수 있다. `노출 계단`의 성공 사례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상권에서 입증됐다. 쇼핑객들은 노출 계단을 오를 때 바깥 경관도 즐기는 한편 주위 시선을 의식하느라 피곤함도 잊는다.

연희동 상권 개척자인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는 "상가 건물의 2~5층은 공실 위험도 높고 임대료도 낮다"면서 "계단의 주목도를 높여 고층부 임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골목`은 3.3㎡당 50만원(또는 매출의 20%) 수준에 임대료를 책정했고 현재 지하 1층을 제외한 전 공간 임대가 완료됐다. 임대 기간은 대부분 3개월로 일종의 `팝업스토어` 형태다. 권리금과 보증금도 없다.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는 "작지만 개성 있는 브랜드가 집결된 가로골목이 쇠락해가던 가로수길을 매력적인 상권으로 회복시키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로골목` 1층은 파격의 극치다. 1층을 아예 비워 놓다시피 했다. 임대 공간 대신 통로를 만들어 메인 도로인 `가로수길`과 소위 `나로수길`이라고 하는 이면도로를 이었다. 대신 1층에서는 `벼룩시장`과 같은 초단기 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주말 약 1만명이 `가로골목`을 방문했다.

2017년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있었다. 정동섭 딜로이트코리아 재무자문본부 전무는 "뉴욕 맨해튼 상업시설 수익률도 1%대이지만 희소가치 때문에 매물이 귀하다"면서 "가로수길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매일경제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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