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8 광화문에서 아침을
[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 #8 광화문에서 아침을
  • 그레이스 박
  • 승인 2019.09.27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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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포비브라이트에서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함이었다.

새로운 포비는 옛 금호아시아나 사옥 1층에 있었다. 이제는 콘코디언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으로 바뀐 건물. 좋은 건물을 쉽게 알아보려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지었는지 살펴보면 된다. 대기업들이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들은 대부분 좋다. 내가 사용할 것이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건축하기 때문에. 누군가 그랬지. 대기업 사옥 로비는 물만 뿌려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이 금호아시아나의 사옥이 딱 그렇다. 500년의 대계를 계획하고 만든 건물. 시간이 지나도 세련되고 빛이 나는 건물이었다. 금호는 떠나갔지만, 그 1층 로비에 포비브라이트가 입점했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오른쪽으로 포비가 보였다. 위치가 절묘했다. 1층 안쪽에 있어, 로비와 연결되면서도 분리되고 있었다. 환하게 내리쬐는 빛이 예뻤다. 카페 안 대나무가 햇살과 어우러져, 세련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인테리어가 과하지 않아 좋았다. 묵묵하게 건물을 이해하고, 잘 살려주고 있었다.

커피 스탠드
커피 스탠드

주문을 위해 스탠드에 섰다. 가격표를 보고 놀랐다. 소다와 핸드드립을 제외한 메뉴가 모두 3,800원. 롱블랙 뿐 아니라 우유가 들어간 라떼, 플랫화이트도 모두 가격이 동일했다. 매일 커피를 마시는 회사원들의 주머니를 배려한 가격. "맛있는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라는 포비의 아이덴티티가 더욱 잘 구현된 매장이었다.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고민하다 베이글과 크림치즈, 플랫화이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

커피를 한입 마시니, 에스프레소가 먼저 닿았다. 산미가 살짝 기분 좋게 올라왔다. 잔을 흔들어 우유와 에스프레소를 섞었다. 고소한 우유가 커피와 적절한 비율로 섞여 딱 좋았다. 아침부터 우유를 많이 마시면 소화가 어려운데, 이 플랫화이트는 부담 없이 꿀떡꿀떡 잘 넘어갔다.

쑥이 들어간 베이글은 겉은 바싹하게, 안은 촉촉하게 잘 구워져 있었다. 크림치즈를 듬뿍 얹었다. 스프레드 나이프로 쓱싹 펴 바른 후 한입 가득히 베물었다. 아. 오늘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찍 나온 보람이 있었다. 달콤 고소한 크림치즈와 바싹한 베이글의 조합. 훌륭했다. 단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질 때, 커피로 입가심을 해주니 깔끔히 마무리되었다.

베이글과 크림치즈
베이글과 크림치즈

아침을 먹고 일어나며, 매장을 둘러보았다. 4년 전 광화문 디타워에서 처음 만났던 포비. 그 포비는 시간을 다지며 탄탄히 발전하고 있었다. 디타워를 필두로 합정, 디엠지, 그리고 콘코디언까지. 각각의 개성을 지니며 성장하고 있었다. 디타워와 합정 매장이 좀 더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면, 이 곳 콘코디언은 메뉴를 간소화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포비 대표님의 말씀대로 앞의 두 곳이 리저브에 가까웠다면, 이곳은 일반스타벅스에 가까웠다. 내년에도 또 다른 지점이 계획,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 브랜드 정말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여러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폐업하는 가운데, 포비는꾸준히 앞으로 차근차근 나가고 있었다. 불황의 시대에,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

저성장, 불황의 시기에는 사업 환경은 악화하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매일의 소비가 제한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길 원한다. 포비는 그런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 커피와 베이글의 가격은 합리적이었지만, 퀄리티는 훌륭했다. 정성껏 만든 커피와 베이글을 합리적인 가격에 세련된 공간에서 제공되고 있었다. 시간과 함께 쌓이는 노하우로 가성비와 가격 대비 만족도를 함께 만족시키고 있었다 .

좋은 오피스들이 스타벅스를 모셔가는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사이렌 아주머니의 입지는 견고하다. 불황의 터널을 견뎌야 하는 5년 뒤 10년 뒤는 어떻게 변할까? 궁금해졌다. 포비는 분명 사이렌 아주머니의 좋은 경쟁자가 될 것 같았다.

[그레이스 박]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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