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살롱] 부모가 된 밀레니얼
[도시살롱] 부모가 된 밀레니얼
  • 이아연
  • 승인 2019.10.23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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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남다름`을 이야기할 때 몇몇 기성세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이 들어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다를 것 없다. `나`를 중심으로 사는 삶도, 트렌드를 좇는 것도 젊고 자유로울 때 한때지."

자, 이제 밀레니얼이 부모가 됐다. 작년 미국에서 새로이 부모가 된 이들 중 83%는 밀레니얼이었고,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이전 지면에서 다뤘던 것처럼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 세대가 부모가 되는 과정은 `누구나 아이를 낳으니 나이가 찬 나도 역시`가 아니라 이성 혹은 동성 커플 사이의 진지한 고민을 거친 결정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 가사노동의 최소화를 꾀하기 때문에 `삼신(三新)가전`으로 불리는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를 혼수로 마련하거나 식료품 새벽 배송 서비스, 문 앞에 빨래를 두면 다림질까지 마쳐 다시 가져다주는 서비스, 청소 앱과 같은 가사보조 서비스를 적극 이용해왔다. 결혼 생활과 육아를 자기 관리 및 커리어와 병행하고자 하는 열망이 그 어느 세대보다도 강한 밀레니얼은 아이가 태어나면 이러한 소비를 더욱 늘리게 되며, 이는 1인 가구 혹은 딩크족을 겨냥했던 산업들에 오히려 호황을 가져다준다. 이들은 간편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간편식이더라도 오가닉이나 비건이어야 하므로 내가 직접 요리한 것이 아니라는 죄책감도 훨씬 적은,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밀레니얼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거대한 `비건 군단`을 키워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추후 별도로 다루고자 한다.)

포브스에서는 밀레니얼 부모를 다루며 엄마가 아닌 아빠 사진을 게재했는데, 이 젊고 건장한 아빠는 헤드폰을 쓴 채 조깅화를 챙겨 신고 도시 한복판에서 달리기를 하며 빨간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이는 밀레니얼 부모에서 아빠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부모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자신의 일이나 자기 관리를 희생하지 않으려는 밀레니얼의 강력한 신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이를 위해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특징인데, 미국에 살고 있는 신혼의 한 친구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우리 아이의 첫마디가 `엄마`가 아니라 `알렉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이는 (미국의 경우) 이전 세대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라의 베이비시터를 채용하며 겪었던 고민과는 새삼 다른 결의 고민으로 눈길을 끈다. (영화 `딕과 제인`에서는 이들의 아들이 베이비시터와 오히려 친부모 같은 관계를 맺고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장면을 블랙코미디 소재로 삼아 씁쓸한 공감을 모았다.)

그 어떤 세대보다도 아이와의 의미 있는 시간과 접촉을 중요시하는 부모지만 커리어와 병행하기 위해 많은 IT와 컨시어지 서비스를 사용하며 이전 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고민을 마주하게 됐다. 하나의 예로,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식사시간 30분간 아이를 얌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더 좋은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다.

이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얼 부모와 온라인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아이의 일상을 `#육아스타그램`으로 업로드하고, 팁을 나누며, 필요한 육아용품을 `나눔`하거나 `공구`한다. 친구가 더 이상 친정엄마에게 육아 조언을 구하지 않아 엄마가 섭섭하다며 말다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자신과 육아 신념이 유사한 유튜버와 블로거에게서 조언을 얻는 것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유튜브 채널인 `보람튜브`의 월 30억원대 수익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밀레니얼의 자식인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한 세대)는 이전 세대가 거대한 가족사진첩을 꺼내서 본인이 기억나지 않는 아기 시절에 대해 부모님께 설명을 듣던 경험을, 부모님 계정의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훑어보며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격세지감을 느끼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이렇게 묻겠지. "아니, 그럼 인스타그램 말고 어디서 사진을 봐요?"

[이아연 셰어하우스 우주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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