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기행] 사람은 왜 화장을 하는가? | 아모레 성수
[지안기행] 사람은 왜 화장을 하는가? | 아모레 성수
  • 박지안
  • 승인 2019.11.08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물 앞에서 사람을 맞이하는 갈대. 화려한 꽃이 아닌 풀들이 주인공
건물 앞에서 사람을 맞이하는 갈대. 화려한 꽃이 아닌 풀들이 주인공

나는 피부가 매우 민감한 편이다. 10개 제품을 테스트해보면 트러블이 나지 않는 화장품은 잘해야 한 두 가지. 오죽하면 남편이 부디 새로운 시도 좀 하지 말아달라며 신신당부를 할까. 그런 내가 아모레성수에 가자고 하니, 그는 근심스레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포기할쏘냐.

성수역 2번 출구로 나가서, 어니언을 지나고 조금 걸어가니 아모레성수가 보였다. 아무리 보아도, 대기업의 쇼룸 입지로써는 조금 의아한 자리. 어쩌면, 쇼룸의 입지를 결정하는 요소들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것일지도. 여전히 유동인구, 대로변, 가시성 같은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동네의 개성과 브랜드 가치의 핏도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니까.

입지는 엉뚱했지만, 예뻤다. 기존 자동차 정비소의 장점을 살리고, 거기에 풀을 가득 얹어 매력을 더했다. 주변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동네를 밝게 만들고 있었다.

리모델링 이전의 아모레 성수
리모델링 이전의 아모레 성수
리모델링 이후의 아모레 성수
리모델링 이후의 아모레 성수

특히 정원이 좋았다. 그 유명한 김봉찬 대표님의 결과물 다웠다. 이걸 가든이라고 해야 하나, 숲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남편이 이야기했다. "진짜 우리식 정원이네." 맞는 말이었다. 일본식 중정과는 달랐다. 물이 자연스레 흐르고. 초록이 편안한 곳. 화려한 꽃이 없어도 소담한 풀들로, 잘 가꿔진 곳이었다.

숲을 옮겨놓은 듯한 정원
숲을 옮겨놓은 듯한 정원

쇼룸으로 들어갔다. 30여 브랜드, 3천여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설화수부터 아모레퍼시픽, 헤라, 그리고 마몽드까지. 공간을 쓰윽 둘러보니, 제품과 기구들의 소독이 잘 되어있었다. 순간 직접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기초는 잘 못하면, 트러블 날텐데.' 조금은 걱정하며 제품들을 살펴보니 다행히 여드름 라인의 순한 화장품도 있었다. 오, 이 제품을 사용해봐야겠다. 과감히 화장을 지우고, 피부에 맞는 제품들을 가져와 얼굴에 차곡차곡 바르기 시작했다.

제품은 팔지 않아도 샘플을 가득 비치
제품은 팔지 않아도 샘플을 가득 비치

색조는 무엇으로 할까? 제품이 너무 많아 고민하는 찰나, 시크한 메이크업 그림이 보였다. '이 제품들을 쓰세요' 하고 제품을 담아놓은 바스킷도 함께. 어쩜 이리 친절하지. 감탄을 하며 자리에 앉아 색조 화장을 시작했다.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패드에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을 따라, 화장품을 사용하니 평소보다 조금 나은 결과물이 나왔다.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 시키지는 못해도,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화장대 옆에 놓인 다이슨 드라이어로 머리에 볼륨을 주니 오늘의 메이크업이 완성되었다. 미리 신청하면 전문가의 터치도 받을 수 있다고.

매장 내 편히 앉아 화장을 하도록 좌석을 배치
매장 내 편히 앉아 화장을 하도록 좌석을 배치
정품을 그대로 체험해볼 수 있다.
정품을 그대로 체험해볼 수 있다.

화장을 마무리하고 기분 좋은 얼굴로, 루프탑에 올라가 오설록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진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유독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남편에게 이야길 했다. "정말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가치가 전달되는 쇼룸이네. 여기서는 그 누구도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 과거에 매장에 가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이 불편했거든. 여기서는 제품을 진열해두고 소비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선택하게 해. 화장법을 잘 모르면 조금씩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것도 다양한 선택지를 주었지.

일방적으로 정해진 표준화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도록. 그 모습을 조금 더 예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오래된 자동차 정비소에 풀을 심고 건물을 다듬어, 아름다움을 표현했듯이 말이야. 나의 부족한 모습 그대로,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게 해주는 공간 같아." 그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 이상 화장품을 매장에서 구입하지 않는 시대. 직원의 말을 듣는 대신, 어플을 켜서 성분들이 내 피부에 맞는지 살펴보며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면 유튜브를 검색하여, 나에게 어울리는 화장법을 찾고 그들의 추천 화장품을 구입하고.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으로 구입할 때, 그 제품들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이곳의 전략이 좋았다. 나에게 맞는 것을 어떤 부담도 없이 찾아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체험은 여기서. 구입은 온라인으로. 리테일과 물류의 결합이 가속화되는 신호탄은 아닐지.

이곳은 사람은 왜 화장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공간과 콘텐츠를 통해 일관성 있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의 나다움을 찾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조금 더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그래서 나는 화장을 하고 있었다.

[박지안]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을 탐험하는 지혜의 눈(智眼)을 가지고자, 지안기행을 기록해나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