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기행] 불황의 시대, 시사 포인트 | 2019 카페쇼
[지안기행] 불황의 시대, 시사 포인트 | 2019 카페쇼
  • 박지안
  • 승인 2019.11.15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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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야기했다. 최근 1,500원짜리 커피를 파는 카페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결제는 모두 키오스크로 하고, 사람은 커피 제조만 집중하는데.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1,500원짜리 커피가 처음도 아니고. 맛없지 않아?라는 질문에 은근 맛도 괜찮았다고 했다. 원두의 품질은 유지하되,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추고. 기계를 도입하여 인건비를 낮춘 것이 비결인 것 같았다. 불황의 시대에 살아남은 자의 단면이었다.

2019년 카페쇼로 향하며, 궁금함이 생겼다. 과연 이곳에서 진검 승부를 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많은 카페들은 어떤 비기를 들고 나올까? 작년의 화두는 인건비 절감하는 커피 머신과 로봇이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 해의 화두는 더 이상 기계화가 아니었다. 심지어 작년에 사용했던 대부분의 브루잉 머신들이 빠져있었다. 선수들이 직접 내려주거나. 원하는 추출을 가능케하는 도구들을 활용하여 커피를 내려주고 있었다.

프리퍼커피에서 사용한 추출 도구. KBrC 챔피언 조영주바리스타가 직접 제작하여, 대회에서 사용한 기계로 추출을 하고 있다.
프리퍼커피에서 사용한 추출 도구. KBrC 챔피언 조영주바리스타가 직접 제작하여, 대회에서 사용한 기계로 추출을 하고 있다.
그레이그리스트밀 부스에서, KBrC 3위를 차지했던 서지훈바리스타가 차분히 드립을 내리고 있다.
그레이그리스트밀 부스에서, KBrC 3위를 차지했던 서지훈바리스타가 차분히 드립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힘을 쏟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찬찬히 살펴보니 '생두'였다. 기계 대신 생두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뚜렷했다. 100g씩 원두를 소분하여, 셀 수 없이 다양한 원두를 진열해 둔 커피 그레피티. 가격대도 1만원부터 8만원까지(!) 넓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을 주고 있었다.

셀 수없이 많은 원두를 100g씩 진열 판매하는 커피 그래피티
셀 수없이 많은 원두를 100g씩 진열 판매하는 커피 그래피티

180커피로스터스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만들어진 생두를 수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농장에 요청하여, 독자적인 방식으로 생두를 가공하여 들여왔다. 일명 '리버스 프로젝트'. 4번 레드게샤를 맛보았는데, 오, 고놈 참.  베리류의 맛이 도드라지는 것이 정말 맛있었다. 커피 과육을 좀 더 많이 붙여 말린 것 같은데.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맛의 장점을 모아두었다. 200g에 5만원이 넘는 놀라운 가격이었다.

180커피로스터스의 리버스프로젝트 #4 레드게샤. 베리맛이 도드라지는 것이 정말 맛있다.
180커피로스터스의 리버스프로젝트 #4 레드게샤. 베리맛이 도드라지는 것이 정말 맛있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지만, 반응은 좋았다. 경기도 안 좋은 요즘, 왜 사람들은 왜 고가의 원두를 구입하여 마시는 것일까? 사실 고가의 커피의 유행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다만 그 오래가지 못해서 그렇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는 지금과 조금 달랐다. 과거에는 루왁처럼 '유명한' 원두가 비싼 가격을 형성했다면. 오늘날엔 좀 더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춰진 원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단순한 유명세에 힘입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맛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불황일수록, 명품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일명 스몰 럭셔리.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백화점에 가서 내게 어울리는 예쁜 립스틱을 고르는 심리. 가방 사는 것은 부담스러워도 립스틱 정도야,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아닐까. 카페쇼를 살펴보던 중 문득, 이 속설이 떠올랐다.

경기가 어려워서, 다들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카페쇼에 참여한 업체들은 조금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장이 더욱 치열해질수록, 더욱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고 있었다. 자체의 개별적인 개성을 지니고,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취향에 집중하고 있었다 .

우리보다 먼저 불황을 겪은 일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편에서는 저가형 커피의 상징인 도토루가 자리 매김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마메야 같은 커피집이 인기를 끄는 현실. 어쩌면 이 모습이 우리의 앞날은 아닐지.

[박지안]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을 탐험하는 지혜의 눈(智眼)을 가지고자, 지안기행을 기록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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