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라이프] 수많은 개인이 이끄는 '작은 도시재생'
[도시와 라이프] 수많은 개인이 이끄는 '작은 도시재생'
  • 음성원
  • 승인 2019.11.23 0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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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찾았던 충남 공주는 인구 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라고 하기에는 유난히 활력이 있어 보였다. 아마도 동네 주민들이 연 행사장을 찾았기 때문이리라.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5%에 육박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도시인 공주에 최근 이곳을 찾아 들어오는 젊은이들이 있다. 서동민 씨가 그중 한 사람이다. 출판사와 책 큐레이션 관련 일을 하던 서씨는 서울에서의 빡빡한 삶에 지쳐 공주를 찾아 `가가책방`이라는 서점을 냈다.이 서점을 만든 여정은 참으로 흥미롭다. 그 시작이 서울에서의 북클럽이었다는 점이 그렇다. 공주에 오게 된 발단이 북클럽이라니,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서씨가 북클럽에서 만난 사람 중 한 명은 권오상 씨였다. 그는 안정적인 공기업을 그만두고 지난해 7월에 공주에 한옥을 구입해 `봉황재`란 이름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활약 중이다. 그의 꿈은 주민과 함께 동네 전체를 `마을호텔` 개념으로 운영하며 외지 손님을 받는 것이다. 이미 자신의 집에서 묵는 손님들을 동네 주민이 운영하는 식당에 데려가고, 동네 명소를 안내하는 식으로 일을 벌이고 있다. 서씨는 권씨의 과감한 결정에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북클럽에서 만난 뒤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그가 공주에서 하는 일을 보면서, 언젠가 하려던 일을 바로 지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방을 꾸며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는 공주 반죽동에서 고른 5평(17㎡) 공간을 모두 제 손으로 꾸몄다. 한옥을 짓고 있는 주변 공사 터에서 남는 목재를 얻어오면서 마을 주민과 대화하고, 중국집에서 쓰다가 폐기한 의자를 받아 오면서 주민들과 교류했다. 열심히 뚝딱이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본 동네 어르신들은 폐업으로 버려지는 자재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 대를 이어 이 동네에 살던 주민들 입장에서는 30대 후반인 이 젊은이가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하게 보였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그는 어느새 반죽동 커뮤니티 일원이 되었다. 인테리어 공사에 들인 돈이 새 에어컨 값을 합쳐도 총 100만원이 채 들지 않은 점은 덤이었다.

내가 공주를 찾았던 11월 첫날은 이들이 주민들과 함께 북클럽 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이들이 모여 꾸민 동네 공유 사무실은 막 손님 받을 채비를 끝낸 상태였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날 주제에 맞춰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열정적인 대화 속에 빠졌던 나는 그날 그곳에서의 에너지를 잊지 못한다.

여기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자 서씨는 이렇게 답했다. "공주에 사는 많은 친구에게 `공주에도 이런 곳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죠. 여기에 오면 색다른 게 있고 재미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런 걸 알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항상 `없다`였으니까. 놀 것도 없고, 다른 데 다 있는 책방도 없었으니까요. 이런 걸 채워나가고 싶어요."

관심사로 이어진 이들은 서로 `느슨한 연결`이라 설명하는 관계를 바탕으로, 오히려 강한 실행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최근에는 권씨와 서씨를 따라 또 다른 북클럽 멤버가 대기업을 퇴사하고, 공주에서 교육 관련 커뮤니티를 만드는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다. 서씨 말대로 공주에 없던 것이 속속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작은 그룹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내는 `롱테일` 시대다. 롱테일의 힘을 어떻게 자극하느냐에 따라 작은 변화가 모여 큰 흐름을 만들 수 있다. 트레바리에서 만든 책 읽는 모임에 돈을 내고서라도 참여하는 시대, 각자 관심사에 따라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모두가 서로 다른 영상을 소비하는 시대, 표준화되지 않은 인기 등이 롱테일의 힘을 기반으로 하듯, 도시 재생도 작은 개인의 관심사가 모여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공주에서 만난 어느 누구도 `도시 재생`이란 단어를 직접 꺼내진 않았다. 다만 각자의 관심사가 향하는 방향이 공동체와 경제적 활력을 만들어내는 도시 재생으로 향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도전이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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