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움직일 수 없는,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건축가 페터 춤토르
돈으로 움직일 수 없는,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건축가 페터 춤토르
  • 효효
  • 승인 2019.1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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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그라우뷘덴 주, 테르메발스(Therme Vals) /사진=flickr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 테르메발스(Therme Vals) /사진=flickr

[효효 아키텍트-12] 2014년 8월, 국내 모 신문이 "프리츠커상 받은 춤토르, 화성市에 경당(經堂·작은 성당) 설계"라고 보도했다. 스위스 바젤 출신의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 1943년~ )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화성市에 경당(TEA CHAPEL)"은 경기도 화성시 로사리오의 남양성모성지를 말한다. 성지 이상각 주임신부는 2012년 마리오 보타(Mario Botta, 1943년~ )를 통해 할덴슈타인에 있는 춤토르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스위스 바젤 출신의 춤토르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며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건축가'로 불린다.

남양성모성지는 초기 천주교 신자들이 숯과 옹기로 생계를 이으며 숨어 살다가 병인박해(1866) 등으로 순교한 것을 기리는 성지다. 이곳엔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도 내년 초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춤토르는 상업적인 주류 건축계와는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은둔자형 건축가'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목공소에서 가구공으로 훈련받았고, 유물 보존 일도 했다. 그는 지금도 1979년 건축 일을 처음 시작했던 스위스 할덴슈타인의 스튜디오에서 장인처럼 일한다. 건축물의 소리, 온도까지도 중시하는 그의 건축은 명상적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축의 '분위기(atmosphere)'이다. 그가 생각하는 분위기에는 9가지 요소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건축의 몸(구조), 물질의 양립성(재료), 소리, 온도, 주변의 사물(가구 및 인테리어), 동선, 내부와 외부의 긴장(동선), 친밀함의 수준(외적 형태), 빛(조명)이다.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의 온천 시설물인 '테르메발스'(Therme Vals·1996)는 지역 주민들이 주로 지붕에 사용하는 규암을 내외장재로 사용해 지역만의 가치를 담아냈다. 취리히에서 3시간이나 걸리는 약 1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시골 욕장은 개장 이후 매년 14만명이라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며 10년간 마을과 호텔 방문객을 45%나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마을 전체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이 건축물은 그에게 2009년 프리츠커상을 안겼다.

남양성모성지 경당은 춤토르의 대표작인 독일 소도시 메케르니히에 있는 '클라우스 수사 채플'(2007)처럼 소박한 경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스 수사 채플'은 통나무 여러 개를 움집처럼 쌓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은 다음 내부 원목을 태우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 양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통나무 여러 개를 묶어서 세워 놓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은 후에 안에 있는 콘크리트를 불로 태워버렸다. 통나무 거푸집이 타면서 만들어진 타르 성분이 콘크리트 표면에 밀착되어서 검은색 콘크리트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색상뿐 아니라 나무 냄새도 함께 남아 있는 독특한 콘크리트 벽의 교회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춤토르는 독특한 제작 과정을 통해서 제작 과정 중 사건과 시간이 건축 재료에 남아 있는 새로운 노출 콘크리트를 만든 것이다."(매일경제 2015년 5월 14일자 참조)

지난 11월 23일, 춤토르 아뜰리에를 방문한 이상각 신부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소식을 전한다.

"zumthor가 설계를 시작한지 5년이 되었다. 그와 만나고 일하며 느낀 것은 Zumthor는 그가 계획하고 생각하는 것이 투명해질 때까지 치밀하게 계산하고 분석하며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 그의 분위기는 일시적인 충동이나 감상적인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분석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그의 아틀리에 1층 오른 쪽 벽면에 그가 진행 중인 남양성모성지의 작업 도면들이 붙어 있어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햇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분석해 놓았고 강수량, 바람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산했고 목재의 수축과 팽창에 따른 움직임과 옷칠을 했을 때와 명유 오일을 칠 했을 때의 차이점을 분석했고 각각의 칠을 한 목재들을 야외에 놓고 햇볕에 노출시켜 변화의 과정을 분석해 어떤게 더 좋은 조건인지를 알고자 했다. 그리고 치밀한 분석과 구조 계산으로 가장 단순한 조합을 이루고자 했다. 이런 모든 과학적인 바탕 속에서 설계되고 만들어진 모델 앞에서 그가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구조물은 3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목조 기둥 (수직적인 요소), 둘째, 단순한 패턴이 반복되는 목재들 (수평적인 요소), 셋째, 목조 기둥과 반복되는 목재들을 연결 시키는 철심이다. 세 가지 요소로만 이루어지는 이 구조물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나에게 느껴지는 것은 이것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 목구조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Zumthor에게 '얼마 줄 테니 얼마 동안 나를 위해 이런 집을 지어 주시오'라고 말 할 수 없고 결코 돈으로 Zumthor를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춤토르의 대표작 '성 베네딕트 채플'은 경사 대지 위에 지어져 있다. 전체적인 모양은 타원형 평면의 실린더가 언덕에 박혀 있는 형상을 띠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평평한 타원형의 예배당이 있다. 그 예배당 마루와 경사대지 사이는 비워져 있다. 이 교회는 경사 대지에 마루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벽체와 마루 사이에 틈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땅과 교회 마루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을 통해서 음향의 공명을 만들어 내고 인공의 건축물과 자연이 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했다. 이렇게 한 이유를 건축가는 "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교회"를 디자인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성 베네딕트 채플은 자연을 대화의 상대로 보는 건축이다.

※참고자료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페터춤토르 건축을 생각한다> 이상각 신부 페이스북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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