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살롱] 후기·댓글에 움직이는 소비
[도시살롱] 후기·댓글에 움직이는 소비
  • 이아연
  • 승인 2019.12.21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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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며 캘린더 앱에 저녁 약속이 가득 찼다. 1년간 지키지 못했던 `언제 밥 한번 먹자`를 마지막 달에 모두 해치우느라 서울 방방곡곡, 때아닌 맛집 탐방을 하게 됐다. 또래들 혹은 후배들과의 모임에서 느끼는 가장 큰 풍경의 변화는, 바로 메뉴를 고를 때다. 서버가 메뉴를 가져다줘도, 아무도 바로 눈앞에 놓인 종이 메뉴판을 먼저 보지 않는다.인스타그램에서 레스토랑 이름을 해시태그로 검색해 인기 있는 메뉴와 사진을 확인하고, 그 이후에 직원에게 문의하거나 메뉴판에서 가격을 확인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은 식당에 가면 `옐프(Yelp)` 앱에서 사진과 리뷰 숫자를 보고 리뷰가 적은 메뉴는 일단 선택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후기 혹은 댓글로 자영업자 혹은 여러 소비재의 흥망이 결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하는 요즘이다. 이는 상품 생산자 혹은 서비스 제공자가 전달하는 정보보다 소비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훨씬 큰 비중을 두는 MZ세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소비자끼리 공유하는 사용담, 리뷰, 후기, 댓글은 필연적으로 온라인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간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중 80% 이상이 SNS 이용자이며 한 달 평균 사용시간은 1050분에 달한다. TV 시청 시간은 이것의 20% 수준에 그치니, 온라인 채널은 이제 명실공히 주류 미디어이고 새로운 소비계층은 SNS를 통해 일반인의 `후기`나 `사용담`을 확인하고 소비를 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소비 성향은 MZ세대가 신뢰를 형성하는 근거가 `진정성`이기 때문에 나타나는데, 이들이 말하는 진정성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쌓은 경험을 통해 획득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8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나타났듯이 MZ세대가 연예인(26.6%)보다 유튜버(73.4%)가 알려주는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이러한 MZ세대 성향은 판매자가 준비해 떠먹여주는 형태인 TV 혹은 전통 매체 광고가 예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그 업계에 투입됐던 광고 예산이 SNS 혹은 댓글·후기·사용담 형태에 편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신제품이 출시되면 마케터들은 TV 광고보다도 온라인 매체 관리와 유튜브 후기 조회 수, 해시태그 개수에 더 많이 신경 쓴다.

이 때문에 댓글 알바, 리뷰 알바라는 업이 생겨난 지 오래인데 10·20대에게 `꿀알바`로 입소문이 나면서 `리뷰 알바 교육과정`까지 성행하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대부분 신규 제품이 출시되면 전문 알선 업체가 수많은 일반인을 모집해 제품 사진을 찍고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업로드한 뒤 알바비를 지급받는 형태인데, 이렇게 조작 아닌 조작된 리뷰는 `출시 열흘 만에 300개 리뷰 인증`이라는 홍보 문구로 재생산돼 다시 퍼져 나간다. 또 이런 업종을 중개하는 곳은 불법이거나 사기 수단인 경우도 많아 MZ세대 성향 때문에 MZ세대가 피해를 보는 묘한 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단순히 중소업체나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형 전자제품 업체가 신제품 출시에 맞춰 불법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 상품에 대한 비난 리뷰를 조장하다 타국 정부에서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후기에 흥망이 갈리다 보니 자영업자는 `댓글 관리`라는 새로운 업무도 하게 됐다. 음식 배달 앱을 종종 이용하고 후기를 열심히 남기는 편인데, 모든 사장님이 나의 후기에 정성 어린 댓글을 달아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맛있게 드셨다니 감사합니다` 수준이 아니라 나의 후기를 하나하나 읽고 답변과 반응을 해준 것에 적잖이 놀랐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이제 고객 관리의 기본이지."

이렇게 온라인 후기와 댓글이 중요해졌다지만 무작정 예산을 투입한다고 `대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 후기, 댓글 알바로 판명되는 순간 MZ세대의 싸늘한 반응은 제품 흥망, 혹은 기업 성패를 결정지을 정도다.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손에 쥐고 가장 똑똑해진 소비자, 후기가 움직이는 MZ세대의 소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이아연 셰어하우스 우주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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