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패로 수중에 300만원 … 절치부심 2년 만에 매출 500억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만든 쌍둥이 형제
사업실패로 수중에 300만원 … 절치부심 2년 만에 매출 500억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만든 쌍둥이 형제
  • 박수호 기자
  • 승인 2020.01.0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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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서미스트리트와 협업한 아크메드라비
세서미스트리트와 협업한 아크메드라비

[재계 인사이드-194] 새해가 밝았습니다. 늘 새로운 해가 뜨듯 패션업계도 신예 스트리트 브랜드가 떠 화제입니다. `아크메드라비`랍니다. 2017년 말에 출범했는데 2018년 매출액은 48억원, 지난해에는…놀라지 마세요. 아직 결산 전이긴 하지만 500억원은 가뿐히 돌파했다고 합니다.50억이 아니라 500억(!), 그러니까 1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80%는 해외에서 일어난 매출이랍니다. 아크메드라비는 종전 부정적인 가설을 모두 뒤집었습니다. `K패션은 매출 500억원 이상 새로운 브랜드가 새로 등장하기 힘들고 업계 전반적으로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동대문 패스트패션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다` `한한령 때문에 중국 고객은 K패션에 등 돌렸다` 등이 그것인데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크메드라비는 오히려 동대문 시스템에 충실하게 빠른 생산으로 재고를 최대한 적게 가져가는 데다가 한국보다 해외, 특히 중국 고객이 앞다퉈 사가려고 난리랍니다.

궁금한 나머지 서울 청담동 매장으로 직접 가봤습니다. 면세점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은 이곳밖에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일단 귀엽습니다. 티셔츠며 후드티에 큼지막하게 아이가 사탕을 물고 있는 사진이 금방 눈길을 끕니다. 어떤 옷에는 동그란 도넛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있는 아이 사진이 고객을 유혹합니다. 이 디자인으로는 2년 만에 약 30만장이나 팔았답니다.

아크메드라비 매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외국인 고객들
아크메드라비 매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외국인 고객들

더불어 매장 분위기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듭니다. 영어, 중국어는 물론 동남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이 주요 고객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매장은 인산인해였습니다. 이들은 마치 성지순례 온 듯 한 제품, 한 제품 정성스레 들여다보더군요. 그러다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골라 빠르게 쇼핑백에 담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사갈까봐요.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이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직원에게 보여주며 이 제품이 매장에 있는지 꼼꼼히 챙겼는데요. 일부 제품은 한정판이라 `다 팔렸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실망하는 눈치가 뚜렷했습니다.

아크메드라비 매장엔 외국인 고객이 평일낮에도 많았다. 이들 객단가는 50만원 이상이라는 전언이다.
아크메드라비 매장엔 외국인 고객이 평일낮에도 많았다. 이들 객단가는 50만원 이상이라는 전언이다.

현장 판매 직원은 "중국인 외에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고객들이 한번에 50만원에서 100만원어치씩 사간다"고 했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반팔 티셔츠는 4만원대 후반, 후드티는 10만원대 초반이었습니다.

이 브랜드는 여러모로 얘깃거리가 많았습니다.

로고나 패턴을 부각하던 이전 브랜드와 달리 `실사 이미지`를 부각하는 전략으로 차별화한 데다 매장 인테리어도 전봇대를 뉘여 놓은 듯 파격적인 느낌을 줍니다. `젠틀 몬스터` 매장에 들어섰을 때와 비슷한 낯섦, 그러면서도 특유의 개성이 물씬 느껴진다는 점에서 창업자의 감성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크메드라비 구진모(좌) 구재모 공동대표
아크메드라비 구진모(좌) 구재모 공동대표

직접 소셜미디어 공식 사이트에 메신저로 연락을 취해 어렵게 대표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대표 체제였는데 이름이며 외모가 비슷했습니다. 구재모, 구진모 대표. 쌍둥이 형제였습니다. 물론 각자 개성은 뚜렷해서 금방 알아볼 수는 있었습니다. 다만 특유의 웃음소리나 메모하는 모습, 어려움을 딛고 브랜드 창업 이야기를 할 때엔 거의 비슷한 표정이며 말투가 연출돼 과연 `쌍둥이가 맞군`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사회 초년생 때는 형제가 각자 일을 했다고 합니다. 구재모 대표는 의류회사 영업 업무를, 구진모 대표는 동대문 소매 매장에서 알바 생활을 하다가 소규모 창업을 했답니다.

그러다 해외 명품 병행 수입에 눈을 뜨면서 형제가 자연스레 따로 또 같이 일하게 됐답니다. 예를 들면 각자 동대문과 강남 일대에 명품 편집숍을 운영했는데요. 해외에서 명품을 들여올 때 한번에 많은 주문을 하면 `바잉파워`가 생겨 좀 더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협력했다고 하네요. 물건을 떼오는 거래처가 같다 보니 신용장을 쓰거나 담보를 잡힐 때도 자연스레 가족이 함께 이름이 들어가는 사례도 많았답니다.

2008년부터 한 8년여간 이렇게 사업을 해 각자 30억원에서 40억원의 연매출을 올릴 정도로 안정적이었답니다. 그런데 2017년에 중대한 고비가 왔습니다. 패션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종전 방식대로 하니 물건이 안 팔렸다는 겁니다.

보통 명품 수입의 일반적인 관행은 다음 시즌을 대비해 짧으면 6개월, 길게는 8개월 전에 주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올 수도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정작 시즌이 됐을 때 그 상품이 안 팔리면 재고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겁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워낙 두 형제의 큐레이션(선별 능력) 감각이 좋아서 매장에 물건을 갖다놓기만 하면 팔려나갔답니다. 그래서 점점 더 남들이 안 다루는 브랜드를 들여오고, 차별화를 위해 고가 아이템을 들여오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해외 직구가 점점 편리하게 바뀌었고 고객들도 패션, 브랜드 동향에 밝아지면서 지금 당장 미국, 유럽에서 뜨는 브랜드를 그때그때 직접 주문하는 사례가 많아졌답니다. 6개월 전 주문해서 이제 한국에 깔리면 이미 유행이 지나는 사례도 적잖았죠.

그러다 보니 신용장을 개설하고 금융회사에서 돈을 끌어와 선금을 지불하고 국내로 옷을 들여와 팔리면 원금은 갚고 남은 돈은 더 많은 주문을 넣던 방식에 구멍이 생겨버렸습니다.

판매가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서 매출이 타격을 입게 됐고 그래도 사업은 계속 해야 하니 중간 에이전트 회사, 해외 거래처 입장을 고려해 또 추가 주문을 하다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가족 이름으로 담보를 잡았던 것도 나중에 부메랑처럼 돌아왔지요.

급한 불을 끄느라 가진 집이며 차를 팔고 거의 절벽에 다다른 두 형제. 2017년 초, 통장엔 300만원 정도 밖에 없었답니다.

기자=최악의 상황에서 각자 다른 길로 갔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또 같이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모을 수 있었을까요? 또 어떻게 지금의 브랜드를 구상하게 됐나요?

구재모 대표=어려울 때도 함께해준 고마운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많이 의지되고 힘이 날 수 있었던 건 역시 가족, 형제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떨어져 개인 사업자로 독단적으로 운영했을 때는 잘못된 판단 혹은 작은 실수 하나도 혼자서 감내해야 했는데요. 최악의 상황에 몰려 어떤 의사 결정을 해야 했을 때 `이 부분이 맞을까? 정확할까?`란 함께 상의하다 보니 한 번 더 생각하고 의사 결정하는 습관이 만들어졌고 이게 회사의 고유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크메드라비 히트상품 중 하나인 베이비페이스 후드티
아크메드라비 히트상품 중 하나인 베이비페이스 후드티

구진모 대표=지금 이 아크메드라비라는 브랜드 구상을 했을 때는 2017년이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당시 서울 제기동 허름한 창고에서 테이블 하나 펼쳐 두고 둘이 마주 앉았어요. 힘든 현실이 어이가 없어서 서로 웃고 있었는데 `진짜 인생의 정점을 한 번 찍어 보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이런 스토리를 브랜드로 만들면 어떨까 해서 몇가지 단어를 찾다 보니 `정점`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때 마침 친누나가 프랑스 유학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누나에게 `정점`이라는 단어를 프랑스어로 뭐라고 하는지 물어봤더니 `acme`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아크메드라비는 이렇게 탄생했답니다. 전체 스펠링은 `acme de la vie`로 `인생의 정점`이란 뜻이라네요. 그길로 형제는 없는 돈에 디자이너 한 명을 채용하고 그동안 동대문에서 사업하면서 안면 텄던 공장 사장에게 찾아갔습니다. 브랜드명과 지금의 히트상품이었던 `베이비 페이스` 디자인으로 티셔츠와 반바지를 제작했지요. 그게 2017년 하반기였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만들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답니다. 이전에 보지 못하던 감성이라면서요.

구진모 대표=명품 병행 수입 사업을 하면서 감각이 어느 순간 쌓였나 봅니다. 해외 패션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었고 어차피 패션의 흐름 자체는 기본적으로 명품을 무조건 따라갈 수밖에 없기에 `스트리트패션` 분야로 접근했습니다. 더불어 사업 초반 스타일리스트와 같은 주변 인맥을 통해 `마음에 들면 입어 달라`며 선물하듯이 연예인 협찬을 하게 됐는데 실제 생각지도 못하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구재모 대표=갑자기 많이 팔리니까 당황스러웠어요(웃음). 그래도 저희는 재고 때문에 망해봤기 때문에 재고가 쌓이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어요. 그래서 인기가 있어도 수천 장을 막 찍어내진 않았어요. 그랬더니 자주 `품절`이 되면서 고객들이 `언제 또 나오냐` `신상은 언제 출시되느냐` 등 팬덤 현상처럼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더라고요. 이때 저희는 오히려 좋은 원단, 마감에 좀 더 신경을 썼어요. 또 날염이 여러 번 세탁하면 금세 해지기 십상이라 최대한 내구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랬더니 깐깐한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중국 고객들도 열광하기 시작하더군요. 믿을 만한 제품이라면서요.

기자=재밌는 건 연예인을 제외하고 요즘 흔히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같은 협찬 마케팅은 안 한다고 선을 그은 겁니다.

구재모 대표=연예인 노출 전략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일단 같은 옷을 협찬하면 싫어해요. 그리고 들이대서도 안 됩니다. 그냥 연예인의 손이 닿을 정도, 그래서 인지할 정도의 거리만 유지하는 게 최선이더군요. 연예인들은 굳이 협찬이 들어와서 입는 옷이 아닌 연예인 스스로 좋아해서 입을 때 더 적극적으로 자신과 옷을 드러냅니다. 직접 쇼룸이나 사이트를 통해서 `구매해서 입고 싶다`고 해서 찾아오는 연예인도 많았어요. 이처럼 스스로 좋아서 입는 옷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고객의 구매 전환으로 이어졌어요. 특히 한국 K팝 스타는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해외 마케팅을 다른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이미 브랜드가 알려진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다수의 인플루언서에게 퍼뜨리는 전략을 안 쓰는 주요 이유입니다.

기자=중국은 한한령 때문에 힘들다는 게 정설인데.

구진모 대표=오히려 그런 인식 덕분에 K패션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을 꺼려했어요. 저희는 반사이익을 봤어요.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으니까요. 국내 연예인 스타 마케팅이 중화권, 해외 구매 고객들에게도 먹혔어요. 그 사이에 면세점 입점 등 판매처를 다변화했고요. 2020년에 중국에 추가 60개 매장 정도 오픈할 예정이며, 그 밖에 필리핀 시장 외에도 계약된 업체와 동남아시아쪽 매장을 전개할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도 전개할 예정입니다

기자=자사 몰 실적은 어떤 수준이고, 주요 고객층은 어떤 이들인가요?

구재모 대표=자사 몰 실적은 기본 월 3억원에서 최대 6억원 정도 매출이 나와요. 자사 몰 기준 주요 고객은 내수 85%, 해외 15% 정도 형성돼 있습니다. 이 부분도 자사 몰에 해외 구매 고객들이 더 잘 유입될 수 있도록 방안을 짜고 있습니다.

기자=새해엔 어떤 전략으로 차별화할 계획인가요?

구진모 대표=새해에는 다양성에 보다 포커스를 맞추려 해요. 좀 더 많은 브랜드사와 라이선시 업체,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할 겁니다. 최근 세서미 스트리트라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미국의 최장수 유아 전문 프로그램이 올해 브랜드 론칭 50주년을 맞이했다는데요. 저희 아크메드라비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했습니다. 심플하면서도 창의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아트워크로 생동감이 넘치는 컬러와 절제된 스트리트 감성을 저희만의 감성으로 풀어냈다고 해서 반응이 뜨거워요. 최근 출시된 후디 제품 외에도 모자, 바지 등 새해에는 좀 더 다양한 구색을 갖출 겁니다. 더불어 디즈니, 케어베어, 심슨과도 조만간 협업 제품이 나올 겁니다.

기자=가족이자 공동대표로서 장단점이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업무 분담을 하나요?

구진모 대표=저는 디자인 업무 총괄, 구재모 대표는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합니다. 서로 각자의 업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가족이자 공동 대표로서 장단점은 음…일단 단점은 없다고 보고요(웃음). 장점은 서로 의견 공유나 소통 면에서 일반 다른 회사의 공동대표보다는 업무 보는 면에서도 효율성이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구재모 대표=저희 회사는 외부적으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한 번 이슈화되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오래 기억될 수 있는, 편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친숙하고 좋은 옷이라는 이미지의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아크메드라비라는 회사가 생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임원뿐만 아니라 말단사원을 포함한 전 임직원과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디스퀘어드2(Dsquared2)`를 이끄는 딘과 댄 케이튼 쌍둥이 형제 디자이너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딘과 댄 형제를 뛰어넘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탄생할지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구재모, 구진모 공동대표에게 아직 `인생의 정점`은 오지 않은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요. 새해 더더욱 다양한 시도를 할 아크메드라비에서 K패션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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