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온라인 쇼핑 기세에 눌려…자존심 접는 英 프리미엄 백화점
[트렌드] 온라인 쇼핑 기세에 눌려…자존심 접는 英 프리미엄 백화점
  • 강인성 기자
  • 승인 2020.01.09 0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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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년 설립된 백화점 `해러즈`
`헨리온템스` 도시에 h카페 오픈
오프라인 장악력 높이려 안간힘

온라인영업 강화하는 `셀프리지`
온라인서 밤 10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픽업존서 받아볼 수 있어
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60여 ㎞ 떨어진 도시 헨리온템스에 자리 잡은 `h카페`. 유명 백화점 해러즈가 지난해 10월 오픈한 첫 단독 카페다. [강인선 기자]
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60여 ㎞ 떨어진 도시 헨리온템스에 자리 잡은 `h카페`. 유명 백화점 해러즈가 지난해 10월 오픈한 첫 단독 카페다. [강인선 기자]

"문을 닫은 점포와 연 점포 수 차이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영국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그들이 5년간 추적해 온 영국 주요 상권 내 6만6352개 오프라인 점포 중 1234개가 순감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해 하반기 발표했다. 감소한 점포는 2868개. 전년 동기(2692개) 대비 6.5% 증가한 수치로, 5년 내 집계한 것 중 가장 높았다. 온라인 시장 성장에 따른 오프라인 시장 침체는 영국 유통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이 가운데 영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해러즈`와 `셀프리지`의 온라인 대응 전략에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해러즈는 오프라인 콘텐츠를 강화하고 지점을 내는 전략을, 셀프리지는 온라인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카페 지점 내는 콧대 높은 백화점

최근 찾은 영국 옥스퍼드셔 헨리온템스. 런던에서 서쪽으로 60여 ㎞ 떨어진 작은 도시인 이곳에는 한 달여 전 `h카페`가 들어서며 인근 주민을 놀라게 했다. h카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이라는 별명이 붙은 런던 해러즈백화점이 처음으로 낸 단독 카페다. 2층 규모로 자리 잡은 이곳에는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해러즈 식품관에서 공수한 베이커리, 차, 초콜릿 등이 도착해 진열대를 채운다.

h카페 관계자는 "헨리온템즈는 조용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고, 매년 봄 140년 전통의 조정 경기가 열리는 만큼 외부인도 많이 찾는 도시"라며 "고급스러운 지역 이미지가 해러즈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h카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1849년 설립된 해러즈는 지점을 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영국 내에서도 가장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런던에서도 여전히 모피를 판매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콧대 높은` 백화점이다. 그런 해러즈가 카페 형태로나마 독립된 매장을 낸 것을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해러즈가 온라인 공세 속 오프라인 장악력을 강화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러즈는 h카페 외에 오는 4월 런던 동북쪽에 맞닿은 에식스주에 뷰티숍 `H뷰티`를 내놓을 계획도 발표했다. 고급 화장품·향수와 함께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음료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바가 들어설 예정이다. 마이클 워드 해러즈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중국 상하이에도 H뷰티를 출점할 계획을 지난 12월 발표했다.

◆ 온라인 집중하는 셀프리지

영국 런던 셀프리지 지하 1층에 위치한 `클릭 앤드 컬렉트` 존.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강인선 기자]
영국 런던 셀프리지 지하 1층에 위치한 `클릭 앤드 컬렉트` 존.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강인선 기자]

영국 런던 셀프리지 지하 1층에 위치한 `클릭 앤드 컬렉트` 존.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강인선 기자]

런던 시내에서 해러즈로부터 북동쪽으로 2㎞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프리미엄 백화점 셀프리지가 있다. 1909년 설립돼 마찬가지로 긴 역사를 자랑하고 최고급 상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해러즈에 비해서는 가격대가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인식되는 백화점이다. 최근 들어 셀프리지가 강조하고 있는 구역은 `클릭 앤드 컬렉트(Click and Collect)` 존이다. 밤 10시까지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셀프리지 본점 지하 1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자마자 50여 평의 클릭 앤드 컬랙트 존이 고객을 맞이한다.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같은 유명 브랜드 상품을 사더라도 셀프리지에서 직접 샀다고 하면 신뢰도가 올라간다"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서도 매장에 와서 직접 픽업해 가는 수고를 감수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셀프리지는 온라인 쇼핑 경험의 핵심인 배송 서비스도 해러즈보다 저렴하게 제공한다. 두 백화점 모두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선택하면 화면 바로 아래에 배송 조건과 가격을 표시한다. 3~5일이 걸리는 영국 내 표준배송비는 셀프리지가 5파운드, 해러즈가 5.95파운드다. 셀프리지는 날짜를 지정하는 배송이면 8파운드, 시간까지 지정하면 10파운드를 부과한다. 해러즈는 시간과 날짜가 구체적일수록 배송비가 크게 증가한다.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받을 수 있는 `익일배송`은 12파운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받을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되면 18파운드를 더 내야 한다. 주말에는 배송비가 15.95파운드로 올라간다.

두 백화점의 온라인 대응 전략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업계는 온라인 전략에서만큼은 셀프리지가 한발 앞서 있다고 분석한다. 영국 온라인 매체 `인터넷 리테일링`은 데이터 분석 업체 `글로벌데이터`의 에밀리 솔터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해러즈가 매장만큼 온라인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라이벌인 셀프리지가 글로벌 배송 옵션 등으로 해외 고객을 이끌어들이고 있는 만큼 해러즈도 온라인 경영 활동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솔터 애널리스트는 "이는 고객이 쇼핑을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용지와 지점이 더 적은 해러즈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 = 매일경제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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