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K패션` 생태계…동대문 상가 20% 공실
무너진 `K패션` 생태계…동대문 상가 20% 공실
  • 심상대 기자
  • 승인 2020.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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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중국산 공세 겹쳐
도매상가 폐업 잇따라
봉제·물류까지 연쇄 타격
의류산업 생태계 고사 위기

◆ 무너진 동대문 패션 생태계 ◆

동대문에서 20년 넘게 의류 도매를 하는 정 모씨는 최근 직원 1명을 또 내보냈다. 길어진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인건비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3명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순차적으로 모두 내보냈다. 앞으로는 다른 점포들처럼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부부가 교대로 근무할 각오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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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수입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동대문에서 오래 일해왔지만 지금이 말 그대로 최악"이라고 말했다. `K패션`의 성장을 이끈 동대문 의류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생태계의 핵심은 이 지역 도매상가다. 도매상가가 봉제업체, 물류업체, 디자이너는 물론 소매상가까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최근 경기 불황에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급증하는 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까지 겹치면서 도매상가부터 빠른 속도로 매출이 추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매 시장 매출 하위 80%에 속하는 상인들은 모두 위기라고 보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매출이 줄어들자 사업을 접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도매시장엔 상가별로 10~30%가량 공실이 발생했다.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도매상가(총 26곳) 상점 1만1215개 중 공실은 2069개로 공실률이 18.4%에 달했다. 한영순 동대문패션타운 상인회장은 "보통 설 때 임대계약을 연장하는데 관두겠다는 상인들이 속출하는 상황을 보면 올해 공실률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임대료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인회 등에 따르면 전통시장 월 임대료는 현재 1층 70만~80만원, 2층 50만원, 3층 10만원 수준이다. 3년 전에 비해 약 30%나 줄었다.

봉제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상태 한국봉제패션협회장은 "몇 년 새 주문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작년엔 30% 이상 급감했다"며 "봉제업체는 매년 10% 정도 폐업을 하고, 나머지 업체도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봉제업체 외 디자이너, 원단 시장, 물류 서비스 등 동대문 생태계에서 도매상과 연결된 모든 업종에 연쇄 충격이 전달됐다. 박훈 산업연구원 박사는 "관련 종사자만 20만명이 넘는 동대문 패션시장은 도매상이 핵심"이라며 "도매상의 위기와 세대교체 실패로 지금 동대문 의류사업 생태계는 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심상대 기자 / 강민호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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