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speaks Z] Z세대는... “왜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걸까?”
[Z speaks Z] Z세대는... “왜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걸까?”
  • 김승현
  • 승인 2020.01.31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향후 20년 동안은 Z세대가 먹고, 입고, 사는 모든 생활양식이 트렌드를 주도하리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와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가 함께 기획한 본 칼럼 [Z speaks Z]를 통해 Z세대의 공간 활용 방식과 그 이유를 Z세대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Z세대는 두괄식 구성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있다. 짧은 콘텐츠에 익숙하고, 결론부터 말해주는 걸 좋아하니까. 그래서 틱톡처럼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앱이 잘 나간다는 것이다.

이 글의 결론은 이렇다. Z세대는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모두 제공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공간의 ‘융합’과 ‘집중’이 트렌드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말에 내겐 이런 간단한 일화가 있었다.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카페에 갔다가 우연히 한 학기동안 들은 수업의 교수님을 뵈었다.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교수님께서 자리를 옮기실 때쯤 의아하다는 듯 툭 던지신 말씀이 있었다. “열심히 하니까 기특하긴 한데, 왜들 멀쩡한 도서관 놔두고 카페까지 와서 공부하나 싶어.”

“그러게요” 하고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사실 학생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도 마시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고, 중간에 잡담도 하고, 유튜브도 봐야 되니까. 도서관은 ‘공부하는 공간’으로 그 성격이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라, 뭘 먹을 수도 없고, 소리 높여 잡담을 할 수도 없다.

반면, 카페에서는 뭘 해도 큰 상관이 없는 느낌이다. 편하고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굳이 공부할 곳 따로, 커피 마실 곳 따로 가는 것보다는 한 곳에서 다 해결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말하자면, 내게 카페란 동시에 여러 가지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며. Z세대들은 그런 공간을 선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벅스 서울대입구역점에서 이 글을 쓰다가 촬영한 눈앞의 광경. 밀레니얼,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공부 장소 중 하나는 단연코 카페일 것이다. 휴대폰으로 촬영해 화질이 흐릿하다.
스타벅스 서울대입구역점에서 이 글을 쓰다가 촬영한 눈앞의 광경. 밀레니얼,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공부 장소 중 하나는 단연코 카페일 것이다.

친구들도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더 끌린다는 말이 오갔다. 한 곳에서 유연하게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굳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면 너무 번거롭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서점에 들러 책을 사서 근처 카페로 가서 읽는 것보다는 그냥 커피를 파는 서점을 찾는 게 편하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해 만든 신촌의 ‘아크앤북스’ 같은 곳 말이다. 굳이 ‘책을 보고 사는 곳’과 ‘커피를 마시는 곳’이 분리되어 있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교보문고도 거의 전 매장에 카페를 붙이고 있지만, 걷다 보면 갑자기 스타벅스가 튀어나오는 츠타야 서점과 비교했을 때는 카페와 서점이 여전히 확연히 분리된 느낌이다.

스포츠용품을 구매하는 걸 넘어서 직접 그 자리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건대 나이키의 ‘hoopdream’ 매장에는 농구 코트가 설치되어 있어, 농구화를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3on3을 즐길 수도 있고, 다른 스포츠용품을 시험해볼 수도 있다.

신촌 아크앤북스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과 마찬가지로 카페와 서점을 융합한 공간을 표방한다. 사진출처: otdcorp.co.kr
신촌 아크앤북스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과 마찬가지로 카페와 서점을 융합한 공간을 표방한다. 사진출처: otdcorp.co.kr

이렇게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공간이 ‘융합되고 있다’는 징조는 쉽게 살펴볼 수 있다. 그냥 노래방에 가기보다도 준코 같은 노래주점을 찾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코다차야처럼 여러 포장마차의 안주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컨셉의 술집이 흥한다. 만화카페, VR카페, 안마의자카페 등 OO카페가 잔뜩 생겨나고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기존에는 복합 쇼핑몰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다양한 콘텐츠의 집합을 이제는 개별 리테일 단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 ‘몰링’도 좋지만 굳이 쇼핑몰까지 찾아갈 필요도 없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한 장소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아마도 이제 향후에 등장할 리테일에는 더 많은 기능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서울대생으로서 주위 친구들한테 요새 가장 핫한 공간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서울대입구역의 ‘그레이프라운지’를 꼽을 것 같다. 이곳은 위워크 같은 공유 오피스의 라운지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나는 그레이프라운지가 좀더 쾌적하고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종종 위워크 강남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감히 말해보자면, 소위 ‘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곧 강남, 이대에도 지점이 생기는 그레이프라운지 서울대입구점의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2층에서는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만화를 보거나, wii,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을 즐기고, 풋스파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3층에서는 독서실 같은 고요한 분위기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 커피도 무한리필이다. 이 모든 서비스가 입장권만 구매하면 모두 무료다. 공부, 업무, 휴식을 위한 ‘모든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레이프라운지에 오면 언제든지 마음이 편하다. 좌측 사진에서는 wii와 플레이스테이션이 구비된 play room이 눈에 띄고, 우측에서는 공부 및 업무에 특화된 공간이 보인다. 사진출처: grapelounge.co.kr
그레이프라운지에 오면 언제든지 마음이 편하다. 좌측 사진에서는 wii와 플레이스테이션이 구비된 play room이 눈에 띄고, 우측에서는 공부 및 업무에 특화된 공간이 보인다. 사진출처: grapelounge.co.kr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여러 니즈에 대응하는 소비세트가 집약되는 경향은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Z세대는 이전 세대가 각기 다른 도구를 통해 달성할 수 있었던 기능들을 ‘스마트폰’ 하나로 처리하는 경험을 하며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든 기능을 한 장소에서 다 제공받기를 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에 대응해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도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 기능에 대한 수요와 욕망을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회하고, 가치를 더해나가는 일을 멈추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글 앞에 언급된 에피소드를 마무리하자면, 교수님께서는 금세 카페에서 나가셨지만, 나는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었다.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나야 되니까. 오늘도 이 글을 쓴 다음에는 집 앞에 있는 pc방으로 자리를 옮길지도 모르겠다. 공기청정기도 있고, 게임존과 업무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웬만한 패스트푸드점보다 맛있는 수제버거를 팔기 때문이다.

[김승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이며,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의 24기 학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부동산금융과 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는 프롭테크 창업팀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