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기행] 인사동의 2020년
[지안기행] 인사동의 2020년
  • 박지안
  • 승인 2020.02.07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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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전망하며, 마음 한켠 질문이 생겼다. "올 한해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가치가 오른다는 이야기는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가치가 상승한다고, 가격이 바로 뒤따라 오르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오를 수도 있고, 나중에 오를 수도 있고. 하지만, 경제학의 오래된 정설에 따르면 둘은 언젠가 수렴한다. 많은 사람이 가격과 가치를 혼용하여 사용하지만, 둘은 다르다. 투자란 '가치'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고, 투기란 '가격'만 바라보고 하는 것이다.

부동산의 가치 상승분을 찾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서 향후 발생 가능한 "수익 증가분"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고, 가게들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이로 인해 '안정적'으로 임대료가 증가할 수 있는 지역. 그런 권역이 되기 위해서는 유동인구가 증가할 만한 몇 가지 계기가 필요하다.

(1) 주변이 정비된다든지
(2) 근처에 커다란 오피스가 생긴다든지
(3) 대형 공실이 채워진다든지
(4) 인기 있는 대형 호텔이 들어온다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그곳이 진정성 있는 선수들로 채워져야 한다. 그들이 있어야만, 사람들이 그 동네를 계속 찾아가야 하는 이유가 생기니까. 2020년, 지도를 열고 그럴만한 포텐셜이 있는 곳을 찾다보니. 한 지역에 눈길이 갔다. 인사동이었다.

2018년 종각역 인근에는 센트로폴리스가 준공되었다. 금호아시아나가 입주하며, 어느 정도 입주율이 올라가긴 했지만, 법무법인 태평양을 비롯한 대형 임차인들의 입주는 올해에 잡혀있었다. 이 4만 평 넘는 건물이 꽉꽉 채워진다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 어디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실까?

또한 센트로폴리스가 접하고 있는 큰길 "우정국로"의 끝단에는, 2019년 준공된 안녕 인사동이 있었다. 호텔과 리테일 복합 시설인 이곳도. 아직까지는 모두 채워지지 않았지만, 안정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권역의 유동인구가 증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9년은 인사동 건너편 안국역 일대가 핫해진 한 해였다. 인사동은 많은 한정식 집들이 문을 닫은 어려운 한해였고. 올 한해는 한동안 어려웠던 인사동이 조금 나아지길 기대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상으로는 가능성이 높은데. 정말 그럴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이 동네에 요즘 무엇이 새로 생기는지. 가보고 싶은 곳들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문득, 원두 로스팅 납품업체 세루리안에서 새로 오픈한 카페 '세루리안 인사'가 떠올랐다.

카페는 새로 준공한 안녕 인사동의 맞은편, 안쪽에 위치해있었다. 지도가 없었더라면, 찾기 어려운 자리. "완전 안쪽인데.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있단말이야?" 싶은 위치였다.

어렵사리 찾아간, 카페는 깔끔하고 환했다. 한옥을 현대적으로 개조한 카페. 인싸들만 간다고 해서, 인스타그래머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담담한 곳이었다. 무엇을 마실까 고민하다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시는 케냐 브루잉을 마셔보았다. 케냐는 자칫 잘 못 마시면 신맛이 과해 선호하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도 산미와 단맛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100 곳 넘게 원두를 납품한다던 사장님의 이야기가 수긍되었다. 이 집은 커피가 맛있었다. 인사동에 오면 자주 들리고픈 카페였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 길에 사장님께 여쭤보았다. 왜 하필 이곳에 자리 잡으셨냐고. 사장님께서는 씩 웃더니 이야길 하셨다. "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우리 쇼룸의 입지로 과연 어디가 좋을지요. 저는 한옥을 원했어요. 한옥이 참 멋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한옥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근처 익선동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권리금이 이미 너무 높았고. 삼청동은 마음에 드는 한옥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에 이곳을 발견한거죠. 비어 있어서 권리금도 없고 딱 이었어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 무릎을 쳤다. 인사동에는 좋은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만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권리금 없는 한옥의 희소성.' 흠, 인사동. 어쩌면 매력적인 동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권역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참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몇 년 뒤의 인사동 모습을 기대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박지안]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을 탐험하는 지혜의 눈(智眼)을 가지고자, 지안기행을 기록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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