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speaks Z] Z세대는... “왜 오프라인에서 쇼핑을 안 하는 걸까?”
[Z speaks Z] Z세대는... “왜 오프라인에서 쇼핑을 안 하는 걸까?”
  • 김승현
  • 승인 2020.02.28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향후 20년 동안은 Z세대가 먹고, 입고, 사는 모든 생활양식이 트렌드를 주도하리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와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가 함께 기획한 본 칼럼 [Z speaks Z]를 통해 Z세대의 공간 활용 방식과 그 이유를 Z세대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우리 세대는 온라인에서만 쇼핑을 하는 건지.

20대 남녀의 쇼핑패턴에는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내 주위에서는 남자도, 여자도 주로 온라인에서 물건을 산다. 나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는 인터넷으로 수험서나 책을 주문하는 게 전부였지만, 대학에 오면서 온갖 물건을 스마트폰으로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레 카카오 기프티콘을 보내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둘러보고, 하다못해 텀블벅이나 와디즈를 살펴보다가 가끔씩 끌리는 물건에 결제 버튼을 누르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프라인에서는 구매하지 않고 내려놨을 법한 물건도 온라인에서는 쉽게 구매하곤 한다. 반대로 팬시한 오프라인 샵에 가더라도 둘러보기만 하고 보통은 구매하지 않고 내려 놓는다. 소위 ‘전환율’은 점점 낮아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누구보다 세상 트렌드에 민감하신 ‘S’ 선배님을 최근에 만났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제일 최근에 식당, 편의점 말고 갔던 오프라인 공간이 어디야? 거기서 뭐 샀어? 그 전에 갔던 데는? 기억이 잘 안 날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로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점이 미스터리였다. 분명히 좋은 곳은 엄청 둘러보고 다니는데 왜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SRC(서울대 부동산학회) 사람들과 대화해봤다. SRC에는 쇼핑에 통달한 몇몇 훌륭한 MZ 세대 들이 있고, 그 중 한 명인 성현지(25, 정치외교학과)님과 이 주제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다음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를 간단히 텍스트로 옮긴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왜 쇼핑을 안 하는 건지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옷을 예로 들어보겠다.

첫째, 바지나 신발이 아니고서는 온/오프라인 상품들이 비슷하다. 온라인으로 샀던 물건들이 대부분 오프라인에도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한눈에 내 맘에 드는 걸 다 살펴보기 어렵다. 반면 온라인은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다. 인터페이스가 잘 되어있어서 쇼핑이 훨씬 편하다.

둘째, 예쁜 모델이 옷을 입고 있는 게 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는 것보다 기분이 좋다. 온라인에서 모델의 소위 ‘착샷’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 옷을 사면 내가 모델처럼 될 수 있는 느낌이 든다.

셋째, 온라인은 가격도 싸다. 게다가 쇼핑하러 가는 것부터 해서 탐색하고 구매하는 모든 과정이 훨씬 편하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오프라인은 일일이 보러 다니는 과정이 너무 피곤하다.

지금은 오프라인에서도 무신사 테라스 등으로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무신사도 원래는 신발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시작되었다. 사진 출처: 무신사 홈페이지

넷째, 같은 제품이어도 온라인은 할인쿠폰을 적용할 수도 있고, ‘최저가’ 상품을 찾아보는 맛이 있다.

다섯째, 온라인에서는 훨씬 더 쉽게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룩북(look-book)을 보는 느낌.

마지막으로, 온라인에서는 리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많은 리뷰가 달린 제품은 상대적으로 신뢰도를 보장해준다. 오프라인에서는 매장 직원 1인의 추천에 의존해야 되지만 온라인에는 많게는 수 천 개의 후기가 있다. 그런 후기를 믿고 사면 실패 확률이 많이 낮아진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사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편한 이유가 설명이 되겠지만, 특히 내 경우에는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 할때 습관적으로 쇼핑몰 둘러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진짜 물건이 필요해서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웹서핑을 하는 동안 스스로 필요를 생산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키워드를 검색하면 알고리즘이 바로 관련 제품 광고를 띄워주니 훨씬 쉽게 지갑을 열게 된다. 내가 찾아볼 수 있는 영역도 압도적으로 넓은 것은 또 다른 장점. 오프라인은 매장 두세 개 둘러보면 지치는데 온라인은 사이트 몇 십 개는 우스울 정도다. 그래서 내가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옷이 아닌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식품도 ‘마켓컬리’ 같은 앱이 더 편하고, 다른 제품들도 더 둘러보는 맛이 있다. 리뷰 보는 것도 재밌고 신뢰가 간다. 그리고 그냥 평소에 스마트폰 볼 때 편하게 볼 수 있으니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 쇼핑은 온라인에서 할 것 같다.

마켓컬리는 간편한 UI와 상품 큐레이션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자취생들도 애용한다.

대화를 마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컨대 쇼핑을 좋아하는 20대 여자 대학생에게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긍정적이기보다 피로함 혹은 불편함과 많이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이럴 때 오프라인에서의 ‘편의’는 온라인에서 충분히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 듯했다.

반면 온라인이 주는 리뷰의 신뢰도, 편리함, ‘착샷’, 더 나아가 SNS를 통한 공유 등은 오프라인에서 쉽사리 따라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그 짧은 시간동안의 쇼핑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루어지는 경험인데, 이를 오프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편의를 위한 소비는 온라인으로 주로 이루어지더라도 여전히 데이트를 위해서, 여가를 위해서, 혹은 사람들과 모이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고,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팬시한 공간은 언제나 선호되기 마련이다. 그런 곳에서는 비록 F&B 위주로 소비가 이루어지더라도 여전히 옷과 소품들에 눈길이 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오프라인은 온라인이 건드릴 수 없는 부분에서, 최대한 ‘덜 피곤’하고 ‘덜 불편’ 하되,

온라인보다 편리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발전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게 경험이 되었든, 모임의 장소가 되었든, 혹은 인스타그램 포토존이 되었든 말이다.

내 얘기를 잠깐 해보자면 (쇼핑을 많이 하긴 하지만 몇몇 부분에는 둔감한 20대 남성) 쇼루밍도, 역쇼루밍도 다 좋지만, 그냥 들어갔을 때 지금보다 훨씬 편한 공간만 있어도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쇼핑 장소가 될 것 같다.

어떤 플래그십 스토어들은 높은 천장, 환한 불빛, 수많은 직원들 덕에 겉에서 보기엔 예쁘지만, 들어가기엔 거부감이 들 때가 많다. 환한 불빛 때문에 내 존재가 모두에게 노출되고, 직원들의 시선이 나를 쫓아다니는 느낌 때문이다.

반면에 어떤 매장은 (일부러인지는 몰라도) 직원도 적고, 잠깐 앉아서 쉬어갈 공간도 있어서 더 오랫동안 안에 머무르면서 뭘 사야 좋을지, 이 브랜드는 왜 좋은지를 고민해볼 시간이 주어진다.

단층 매장에서는 이런 공간이 아직까지 드물 수 있지만,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카카오나 라인 프렌즈 스토어를 가보면 아래층은 시끌벅적해도 맨 위층은 언제나 조용한 카페가 마련되어 있고, 직원 수도 확실히 적고, 조명도 아래층만큼 밝지 않은 경우가 많다.

라인 프렌즈 스토어의 맨 위층에는 으레 카페가 있어 쉬어갈 수 있다. 사진출처: 트래블모모

그곳에서 가만히 앉아 커피라도 마시면서 동행한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 공간은 어떤 곳이고, 왜 좋고, 뭘 사고 싶은지 머릿속이 좀 더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혼자 스마트폰을 휙휙 넘길 때와는 또 다른, 번잡함 이후의 편안함이 찾아오는 감각이다.

그런 점이 나에게는 오프라인이 ‘덜 피곤’, ‘덜 불편’한 예시 중 하나로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 여러 리테일에서 ‘최소한’의 만족을 주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신촌 플레이그라운드처럼 빽빽한 느낌을 뽐내는 옷가게들이나 심지어 동대문 의류상가를 가도 어딘가에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테라스를 마련해놓는 것처럼 말이다.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여러 특별한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칼럼에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집 근처의 매장을 찾아 뭔가 하나라도 구매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기프티콘만 사는 생활에서 좀 벗어나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일상적으로 들르더라도 편안하고 재미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계속 많아졌으면 한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Z세대에게도 쉬어갈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김승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이며,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의 24기 학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부동산금융과 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는 프롭테크 창업팀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현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 재학중이고, 경제학을 복수전공합니다. SRC 24기로 활동했습니다. 부동산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나가는 중입니다. 쇼핑도 계속 즐겁게 할 예정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