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Speaks Z] Z세대는 집에서도 잘 놉니다
[Z Speaks Z] Z세대는 집에서도 잘 놉니다
  • 김승현
  • 승인 2020.04.2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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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0년 동안은 Z세대가 먹고, 입고, 사는 모든 생활양식이 트렌드를 주도하리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와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가 함께 기획한 본 칼럼 [Z speaks Z]를 통해 Z세대의 공간 활용 방식과 그 이유를 Z세대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I’m bored in the house and I’m in a house bored”. 이 노래 들어보신 분이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 유튜브 비디오 총 재생 수 1,000만 정도지만 이미 미국 청소년들은 전부 이 노래에 빠져 있다. 다들 어디서 이 노래를 들은 건지 궁금해 알아보니 15초짜리 동영상 제작 앱 ‘틱톡(TikTok)’이다. 유명 틱톡 유저 Curtis Roach가 집에 있어 지루해 죽겠다고 웅얼거리며 이상한 짓(?)을 하는 동영상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미국의 대세 중 대세 래퍼인 Tyga가 이걸 보고 맘에 쏙 들었는지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한 것이다.

‘라디오’에서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옮겨갔다는 말이 많았다. 요새는 ‘틱톡’에서 먼저 15초가량 음악을 듣고 유튜브로 찾아 듣는 시대가 서서히 찾아오고 있다. 트렌드는 무섭도록 빨리 바뀐다. Tyga처럼 트렌드에 극히 민감한 아티스트들이 먼저 이런 분위기에 적응한다. 해당 뮤직비디오 링크는 https://youtu.be/YBsPE6yHH9c

코로나 덕분에 다들 집에 머무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지난달에는 학교가 텅 비고 대학생들 즉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도 조금씩 바뀌었다는 얘기를 썼는데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온갖 #Challenge가 유행하고 있다. 위에도 썼지만 틱톡에서 Tyga의 음악과 함께 제안하는 #BoredVibes 챌린지도 있고, 유명인들이 인스타로 손을 씻은 뒤 인증하는 #SafeHands 챌린지도 있다. 인스타에서는 유명인들이 쓸데없이 비싼 집이나 성(말 그대로 저택보다 큰 성이다) 또는 섬에 갇혀서 “사람들이 보고 싶다”고 울다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스타 위주로 이것저것 다채로운 챌린지들이 있지 않았나? 래퍼들 위주로 확산된 ‘샷샷 챌린지’는 밖에 나가서 술을 마실 수가 없으니, 왼손에 소주 한 잔, 오른손에 한 잔 쥐고 혼자서 건배를 한 뒤 두 잔 다 본인이 마셔버리는 챌린지다. 요즘 유행하는 ‘줌(ZOOM)으로 같이 회식하는’문화와 비슷하다.

이 모든 것 중 아직 한 개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아마 ‘틱톡’이나 ‘인스타’에서 빠르게 확산됐다가 사라지는 MZ세대 특유의 트렌드 제작, 확산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MZ세대에게 사실 ‘집에 갇혀 있는’, 혹은 ‘quarantined’된 상태는 그렇게까지 낯선 것은 아니다. 애초에 집에 있어도 누구보다 트렌디하게 사는 법을 이미 몸에 익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래도 집에서 틱톡을 찍고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에 사진을 업로드해 왔던 사람들은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행인 지금도 집에서 잘 논다. 그리고 코로나가 끝나도 이들은 집에서 잘 놀 것이다. 괜히 ‘집순이’, ‘집돌이’ 라는 말이 유행한 게 아니다.

인스타를 가장 잘 활용하는 셀럽들 중 하나는 래퍼들이다. 집에서 술을 마시자는 취지로 시작된 ‘샷샷 챌린지’는 집에서 못 나가는 상황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충분히 스타일리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래가지 못하는 트렌드라도 상관없다. 원래 인터넷 콘텐츠는 휘발성이 강하다. 보는 순간의 강렬함이 중요하다.

집순이, 집돌이 말고도 우리는 이미 ‘집’이 새로운 소비의 장소로 등장했음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다. ‘홈코노미’라는 말은 이미 지난해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서 선정한 2019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였다. 홈코노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아마 ‘홈트레이닝’ 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홈베이킹’, ‘홈쿡’이나 ‘홈카페’는 어떨까? 집에서 뭔가 멋진 일을 하고, 사진을 찍고,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 덕에 굳이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내가 직접’ 바깥의 소비수준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백종원을 필두로 수많은 요리 유튜버들이 내게 레시피를 가르쳐주는데 굳이 밖에 나가서 밥을 먹어야 할까? 김계란 같은 운동 유튜버들 덕에 홈트도 그 어느 때보다도 쉽고, 배달도 어느 때보다 활성화된 시대라 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뭐든 조달할 수 있다. 이제 바깥의 리테일들은 바깥의 오프라인 점포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가장 전통적이고 유서 깊은 오프라인 체험 공간인 ‘집’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그 어느 곳보다도 편하고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소비장소와 말이다.

이래서 집 밖으로 안 나가는 일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MZ세대들은 코로나로 집에 갇혀도, 자가격리가 되어도 잘 놀 수밖에 없다. ‘외국 여자가 헛소리를 하는’ 컨셉으로 유명한 유튜버 ‘소련여자(구독자 89만)’는 심지어 외국인 코로나 격리시설에 격리된 상태에서도 평소의 컨셉대로 영상을 찍는다. 구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이 모든 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KB국민카드가 2018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5개 유형의 '홈코노미' 관련 업종을 이용한 25세에서 54세 고객 1,200명의 카드 결제 데이터 4,492만 건을 분석했는데 일평균 카드 결제 건수가 거의 2배 증가했다고 한다. 25-54세도 그럴진데 지금 20대 초반인 사람들은 더더욱 앞으로의 소비를 집 안에서 즐기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질 것이다. 코로나는 어쩌면 그런 ‘집콕’ 소비가 가시화되는 하나의 계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서울대에서도 온갖 ‘집 안’을 겨냥한 서비스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가령 집 안에 틀어박히면 자연스럽게 인터넷 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다 보면 게임도 하게 되고 웹 기반 커뮤니티도 즐기게 된다. 이런 공간에선 필연적으로 싸움이 생기지 않을까? 롤에서는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철없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고 인터넷 악플은 내면적 짜증을 돋울 때가 많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게 바로 ‘고소각도기’(thiscrimethatcrime.launchaco.com)다. 악플을 캡처해서 구글닥스로 보내면 무려 서울대 출신 현직 변호사가 ‘고소각’ 이 나오는지를 판단해준다. 꼭 나를 겨냥한 악플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정치인 대상도 괜찮고, 게임에서 들은 기분 나쁜 욕설도 상관없다. 가격은 얼마일까? 2천원이다. 2만원이 아니라 2천원. 아무런 부담이 없는 ‘가벼운 전문직 서비스’라는 개념은 그야말로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직접 써보면 나름대로 디테일하게 왜 해당 악플이 명예훼손죄로, 모욕죄로 ‘고소각’인지를 분석해준다. 집에서도 전문직이 연결되는 시대인 것이다.

해당 서비스를 만든 팀의 이름은 불경하면서도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무슨죄무슨죄연구소’인데, ‘고소각도기’외에 ‘샤판관(shapan.launchaco.com)’이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샤판관’의 경우에는 심지어 내가 친구랑 싸운 내용, 혹은 인터넷에서 ‘키배’ 붙은 내용을 보내면 서울대생들이 투표 혹은 판결문 작성을 통해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해준다. 해당 서비스는 3천원.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놀다가 쓰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심지어는 반드시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은 연애마저 앱으로, ‘집콕’하기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팅 앱인 ‘틴더’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전 세계의 사용자들에게 ‘Tinder Passport’기능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가볼 수 없는 다른 나라의 사용자들과 자유롭게 채팅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옛날의 펜팔 감성을 그대로 가벼운 데이팅 앱으로 옮겨놓은 셈이다.

이 사용자층은 앞서 얘기한 인스타, 틱톡을 통해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대로 일치한다. 정지한 사진 대신 자신의 3초, 5초짜리 동영상을 프로필에 올리고, 앞서 얘기한 ‘Bored In The House’의 가사를 적어놓으며 서로의 상태를 공유한다. 이들은 또 스냅챗, 레딧, 텀블러 등지에서도 자신들만의 감성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집콕’을 이겨낼 것이다.

커플 아이템 전문팀 ‘러브프레소(lovepresso)’에서는 텀블벅을 통해 ‘커플 여행일지 TourLove’를 펀딩하고 있다. ‘들고 다니는 럽스타그램’을 표방하는 이 제품은 방 안에서도 미션과 질문을 통해 커플이 여행하는 느낌을 주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지난달에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데이트를 꺼리고 있다’는 내용이 19학번 김준성 학생을 통해 쓰여졌는데, 이런 트렌드 변화도 금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제품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이런 단기적 변화 외에도 앞으로 소비 시장 전체가 ‘집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쉽사리 해볼 수 있다.

웹사이트 ‘샤판관’ 캡처본. 친구랑 말싸움이 붙을 때 그 ‘판결 결과’를 메일로 보내준다. 가격은 3천원으로 아무 생각 없이 클릭, 클릭해서 사용하기에 좋다. 이미지:  http://shapan.launchaco.com 캡처

어쨌든 이와 같이 MZ세대는 집에서도 혼자 잘 논다. 여기에는 다 쓰지 못했지만 수많은 특이하고 재미있는 서비스가 MZ세대를 위해 MZ세대 본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단순히 ‘잉여’스러운 감성 외에도 전문직을 연결하거나 지금까지 없었던 서비스 구조를 만드는 모습도 쉽게 목도될 것이다.

오프라인 점포들은 이제 ‘집’과 대결해야 한다. 코로나를 통해 역설적으로 증명되었듯이, 특히 한국의 MZ세대는 온라인 개학, 온라인 시험, 온라인 데이트, 온라인 회의 등 모든 것을 경험하고 집에서도 노는 방법을 스스로 개척해냈다. 그럼 만약 코로나가 끝난 뒤에는? 왜 집 밖에 나가야 하는 거지?

그 이유를 앞으로 오프라인의 서비스들이 스스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꽃을 보고 자전거를 타러 나가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집안에 갇혀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험들은 ‘홈코노미’ 만으로 충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경쟁력을 갖춘 오프라인 서비스는 분명히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하여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서비스들이 공존하는 시장을 기대해보게 된다.

‘집에서도 여행을 즐기는’컨셉의 커플 아이템인 투어러브TourLove.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는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 ‘린하게 만든’ 아이템을 볼 수 있을 때가 많다. 이미지 출처: http://tumblbug.com/tourlove

[김승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입니다. 부동산학회 SRC 24기 학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부동산금융과 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는 프롭테크 창업팀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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