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기행] 스마일을 팝니다 | 노티드
[지안기행] 스마일을 팝니다 | 노티드
  • 박지안
  • 승인 2020.05.08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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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피해 간 카페가 있었다. 도산공원 앞에 위치한 노티드. 매장이 한 곳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줄이 너무 길었다. 짐작건대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도산공원 인근에 가성비 괜찮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았다. 웃음을 머금고 있는 도넛의 가격은 2,500원부터. 한 박스 포장하여 공원에서 먹으면 기분 좋게 봄바람도 느낄 수도 있고. 따사로운 봄 날씨에 안성 맞춤인 카페 같았다.

줄을 서는 것이 취향은 아닌지라 요즘에는 매번 지나쳤는데 노티드에서 후식을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에 문득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날이 지날수록 왜 이리 손님들이 많아졌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 해결을 위해 가족들을 꼬드겨 산보에 나섰다. 대기줄은 길었지만 의외로 금방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긴 대기 줄과 달리 테이블은 비어 있었다. 예전에는 분명 줄이 짧고, 테이블이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날이 좋아 대부분의 손님들이 테이크아웃을 하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들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친절을 잃지 않고 있었다. 줄을 서는 동안 조금 피곤해도 가게의 분위기가 밝아 기분이 좋았다. 내 차례가 오면 잽싸게 주문해야지 하며 다른 손님들의 주문 패턴을 살펴보았다. 케잌류를 선택하는 손님도 간간이 있었으나, 주로 팔리는 것은 3천 원대의 도넛이었다.

차례가 돌아오자 우유크림, 바닐라, 얼그레이, 딸기 도넛을 음료와 함께 주문했다. 아뿔싸. 우유크림 도넛이 바로 앞에서 매진되었다고한다. 갑작스레 무얼 시킬지 고민하다 오리지널로 대체했다. 자리에 앉아 먹고 가겠다고 하니 자리로 가져다주신다고한다.

조금 뒤 도넛과 음료가 나왔다. 요것조것 먹고 싶은 마음에 한입씩 베어 무니 매우 익숙한 맛이었다. 오리지널 도넛은 어릴 적 먹던 '도나쓰'의 맛이 났다. 조금은 더 담백하지만 어린시절 재래시장에 놀러 갔다 한 손에 들고 오던 그 도나쓰와 꽈배기가 떠올랐다.

도넛에는 각기 다른 크림이 듬뿍 올라가 있었다. 진하게 우린 얼그레이와 바닐라빈이 콕콕 박힌 바닐라 크림 등 낯설고 어려운 디저트가 아닌 익숙하고 편안한 디저트였다. 상대적으로 기름기가 조금 적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진 도넛. 세 입 정도 먹으니 금세 없어지는 크기도 적당했다.

도대체 이 집은 왜 이리 줄이 긴거야? 싶었는데 나오면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줄이 긴 것만 빼면 모든 것이 편안했다. 맛도 분위기도.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히 먹을 수 있는 익숙한 도넛이었다. 이 집의 비결은 힘을 주지 않고 편안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에 있는 게 아닐지. 코로나로 인해 축 처진 요즘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편안함과 웃음이 아닐까 싶었다. 가족과 함께 했던 즐거운 일요일 오후였다.

[박지안]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을 탐험하는 지혜의 눈(智眼)을 가지고자, 지안기행을 기록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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