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Speaks Z] 프로 덕질러 Z세대와 공간의 만남
[Z Speaks Z] 프로 덕질러 Z세대와 공간의 만남
  • 김승현
  • 승인 2020.05.2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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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0년 동안은 Z세대가 먹고, 입고, 사는 모든 생활양식이 트렌드를 주도하리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와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가 함께 기획한 본 칼럼 [Z speaks Z]를 통해 Z세대의 공간 활용 방식과 그 이유를 Z세대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코로나의 시대에 Gen.Z로 살기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새삼 코로나의 시대가 이제 막 시작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울대에서 유학하다가 미국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한 친구(한국 나이로 22살)는 요새 ‘online virtual tour’에 빠졌다고 한다. VR을 이용해서 집에서 여행을 즐기는 프로그램인데, Google Art에서 제공하는 World Graffiti Tour(셰계의 뒷골목으로 들어가서 멋진 그래피티 탐방하기)나 런던 내셔널 갤러리 같은 걸 집에서 보며 시간을 때운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세계 n개국으로 KBO(한국 프로야구리그)나 K-리그(한국 축구리그)가 수출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삐걱이면서도 다시 일상의 조각들을 조금씩 맞추는 시간이 이어지는데, 세계 전체를 둘러보면 어쩌면 새로운 시대, 코로나 이후의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렇다면 Z세대에게 다가올 새로운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97년생 이후를 Z세대라는 용어로 처음 정의한 것으로 알려진 Pew Reseacrh Center는, Z세대가 코로나로 인해 대규모 ‘금융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2020년도 경제성장률 –14%, 실업률 9%가 예측되는 영국의 경우, 18-24세 실업률이 작년의 거의 3배인 27%까지 증가하리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CNN,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Z세대는 인턴십 기회 및 신규 채용 기회를 박탈당하고, 주요한 교육 기회에서 다소 배제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Z세대, 특히 현재 8-13세를 맞이하고 있는 아동층의 경우에는 ‘학교 등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장소’에 가지 못함으로써, 중요한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게다가 젊은 부부들은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양육활동을 집에서 하게 되면서, 아동층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스크린 타임(컴퓨터, 스마트폰, TV 등에 노출되는 시간)을 가지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러한 개인 부담 증가, 소득 감소,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 등으로 인해 오히려 ‘코로나 베이비붐’ 등은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부정적 전망들이 세계를 안개처럼 뒤덮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상황이 나아보이는 한국에서 Z세대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즐겁게, 혹은 효율적으로 보내려고 애쓰고 있는지를 들어보고자 했다. 서울대 부동산학회 SRC의 학회원에게 요새 어떤 ‘덕질’의 삶을 보내고 있는지,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았다. 또 서울대 창업동아리 SNUSV의 회원에게 요즘 신입생들이 왜 오프라인 공유 공간을 포기할 수 없는지, 가성비와 정서적 안정 측면에서 들어보았다.

프로 덕질러 Z세대와 공간의 만남

SRC(서울대 부동산학회 SRC, 장고은(만 23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 재학중이고, 지리학과를 복수전공 중입니다. 소소한 뮤지컬 덕후입니다. 서울대 부동산학회 SRC에서 교육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인스타그램 속 여행 덕후들의 집결지인 여행에미치다 계정(@travelholic_insta)에 한 편백나무 자연휴양림을 추천하는 글이 올라왔다. ‘광주 인근 화순에 호그와트(해리포터 속 마법학교)로 가는 길이 있다던데?’라는 제목과 휴양림 속 긴 망토를 두르고 랜턴을 들고 찍은 사진이 게시되자 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전국에 있는 자칭 호그와트 학생들이 친구를 태그하며 호그와트 교복과 님부스2000을 챙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 또한 지지 않는 해리포터 덕후라 게시글을 보자마자 저장해두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저 곳, 고향이 근처인 내게 비교적 익숙한 곳이다. 호그와트라고? 구글 검색을 해봤더니 지금껏 호그와트라는 키워드와 연결된 적이 없는 곳이다. 휴양림에서 해리포터를 연상한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SNS를 통해 수많은 해리포터 덕후의 덕심을 자극하며 휴양림에 ‘호그와트로 가는 길’이라는 이미지를 형성케 했다.

위와 같이, 인터넷상에는 여러 장소로 우리를 유혹하는 게시글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Z세대가 자주 이용하는 SNS에도 많다. 자주 쓰이면서도 효과가 좋은 방법은 역시 덕후를 자극하는 방법인 것 같다. ‘녹차 덕후라면 꼭 가야할 맛집 5’라든지, ‘스누피 덕후라면 꼭 가야할 카페’ 등의 제목이 붙은 게시물은 제목부터 덕후를 설레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오픈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인 ‘덕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특히나 Z세대와 덕질이 만나면 그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댓글창을 통해 연예인은 물론, 유튜버, 캐릭터, 게임, 영화, 음식 등에 대한 덕심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의 1일 n깡 신드롬이나 미스터트롯 신드롬에 편승한 Z세대를 생각했을 때 이들은 무엇이든 열광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만 같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방대한 정보를 습득한 다양한 선호와 취향을 습득한 Z세대는 주체적으로 취향을 찾아나서는 성지 순례를 다니기도 한다. 이를 위해 SNS를 통해 마카롱 맛집 지도가 작성된 적이 있는데, 여러 마카롱 덕후의 산물이며 복음서로 널리 전파되곤 했다.

요즈음 덕후는 덕질의 공간으로 주어진 곳이 아닌 곳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기도 한다. 한 곳 떠오르는 곳이 있는데, 과거 아르바이트를 하던 건물 1층에 위치한 카페이다. 방문 전 지도 어플을 통해 평점을 확인해보니 후기 사진이 영 내가 아는 카페의 모습과 다른 것이다. 들어가려는 카페 벽면은 하얗기만 한데, 후기 사진에선 연예인 사진으로 벽면이 가득했다. 연예인 얼굴 모양을 한 마카롱을 팔고, 음료 컵홀더엔 사진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팬덤 차원의 카페 대관 행사가 이루어진 곳이었다. 데뷔 N주년, 생일 등 덕질 대상의 기념일에 공간을 대관하여 자체 제작한 굿즈를 나누는 등 축하 공간을 조성하며 ‘컵홀더 이벤트’라고 불린다. 또한, 붐비는 지하철 역사에서 내게 힘을 주곤 하는 연예인 전광판은 특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 방영 당시 덕후들의 대표적인 성지로 기능하기도 했다.

덕심과 취향이 가득한 편집샵도 전국에 많이 생기고 있다. 나는 망원동 소품샵들을 꽤 좋아하는데, 바닥부터 천장까지 개인의 취향으로 채워진 편집샵에서 내 취향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품샵 투어를 다니다보면 소품샵의 주요 방문층이 Z세대임을 발견할 수 있다. 스무살 남짓한 학생들이 삼삼오오 편집샵을 구경하러 온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필요한 문구류의 인기가 많다. 물론 오프라인 편집샵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내 취향에 딱 맞는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생생하게 취향을 전달할 수 있는 건 역시 오프라인 공간이다.

나는 일반인 브이로그의 소품샵 투어 영상을 보고 화면상으로 먼저 취향 저격을 당해 오프라인 공간을 찾게 되었다. Z세대에게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브이라이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Z세대는 직접 경험하기 전에 미리 공간을 볼 수 있고 때론 인플루언서의 의견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더 나아가, 플랫폼을 통해 덕질을 공유하고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기도 한다. 주위에서도 덕질용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진 사람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덕질은 더욱 대중화되고 있다. 이젠 사소한 선호에 대해서도 ‘덕질’이 붙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Z세대에게 ‘덕후’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식어로서 긍정적으로 기능하는 것 같다. 과거 ‘좋아하는’이라는 표현이 어느새 ‘덕질하는’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Z세대는 수많은 취향에 노출되어 성장했으며, 그러한 Z세대의 취향은 그 어떤 세대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할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온라인상 방대한 정보량에 익숙한 Z세대는 뛰어난 선별력을 가지고 장소 마케팅에 대응하고 있다. Z세대의 머리에서 잊히지 않고 굳건하게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색 있고 취향 가득하며, 덕질을 자극하는 공간만이 Z세대의 주목을 끌 수 있을 것이다.

해리포터 덕심에 불 지핀 게시글 (@travelholic_insta, @gyun_s)
해리포터 덕심에 불 지핀 게시글 (@travelholic_insta, @gyun_s)
집에 스누피가 5+ 있는 사람으로서 예의상 방문하기 위해 저장해둔 소품샵이자 캐릭터 테마 카페, 망원동 비바쌀롱. (@vivasalon_toycoffee)
집에 스누피가 5+ 있는 사람으로서 예의상 방문하기 위해 저장해둔 소품샵이자 캐릭터 테마 카페, 망원동 비바쌀롱. (@vivasalon_toycoffee)
(@snu_foodfighter) 서울대학교의 대표 맛스타그램
(@snu_foodfighter) 서울대학교의 대표 맛스타그램
망원동 최애 소품샵 포롱포롱 잡화점 (@porong_porong) : 빈티지하거나 디테일이 귀여운 식기류와 아기자기한 문구류가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망원동 최애 소품샵 포롱포롱 잡화점 (@porong_porong) : 빈티지하거나 디테일이 귀여운 식기류와 아기자기한 문구류가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오프라인 공유 공간을 포기할 수는 없어

서울대 창업동아리 SNUSV, 이승민(만 20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 재학중입니다. 공과대학 소속동아리 3DP 회계를 역임했으며, 서울대 벤처창업 네트워크 SNUSV.NET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의 대면접촉이 줄어들고 있다. 상당수의 대학교는 봄학기 전체 온라인 강의를 확정하였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본다면 계절학기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한 최근에 초중고 개학으로 인한 위험성도 나타나고 있어 아직까지 대면접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비단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종교집단들도 대면 행사들을 취소하거나 대체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존 행사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게임 속 콘서트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래퍼 트레비스 스캇(TravisScott)은 본인의 신곡 발표를 앞두고 콘서트가 취소되자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신곡을 발표하였다.

트레비스 스캇은 게임 속의 그래픽을 이용하여 15분 동안 환상적인 공연을 선사하였고 여기에서 공개한 그의 신곡 ‘The Scott’은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이미지 출처는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XBD_xD7ZfBw

특히 Z세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온 ‘디지털 원주민’으로서 온라인 환경을 낯설어하지 않고 적극 활용하는데, 게임 속 콘서트처럼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답답함을 제약들을 창의적으로 해소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통에 더 열광한다. 어디에서든 편하게 참여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 19사태로 온라인 공간의 장점들을 학습한 Z세대들은 이제 카페나 라운지 등의 오프라인 공유 공간을 외면할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온라인 공간이 점점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공유 공간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오프라인 공간 차지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에 있다. 인간은 본인만의 공간을 할당받으려는 원초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온라인 공간은 그것을 전부 만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오프라인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이러한 욕구가 계속 축적되었고 오프라인 공간을 더욱 열망하게 된다.

그런데 Z세대들은 왜 본인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외부 오프라인 공유 공간에 가는 것을 선호할까? 그 이유는 바로 ‘가성비’에 기인한다. 현실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Z세대는 경제적 유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공유 공간을 이용하면 본인이 관리할 역량이 되지 않는 공간도 일부만 사용할 수 있고, 더 높은 효용도 얻을 수 있으므로 오프라인 공유 공간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쾌적한 공간에서 본인의 일을 처리하며 능률을 올리고자 한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유 공간 제공자는 Z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성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도 많이 보이고 카공족들을 겨냥한 스터디 카페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중 Z세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공간들은 하나같이 ‘가성비’가 좋은 공간들이다. 시설이 좋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Z세대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면 소비하지 않는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만큼의 효용을 주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엔 다른 공간들에 뒤지지 않는 환경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공간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김승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입니다. 부동산학회 SRC 24기 학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부동산금융과 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는 프롭테크 창업팀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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