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想想) 상해] 지갑이 뭐죠? 대륙의 페이, 편리함도 대륙급
[상상(想想) 상해] 지갑이 뭐죠? 대륙의 페이, 편리함도 대륙급
  • 최지혜
  • 승인 2020.06.09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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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지갑은 이제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이 되었다. 현재 위챗 페이, 알리 페이 만으로도 차고 넘치게 편리하고 빠른데 이제 곧 디지털 화폐까지 발행한다니 머지않아 지갑은 추억의 물건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 (출처=연합뉴스)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는 핸드폰 간편결제 방식이다. 그 중에서도 위챗은 중국판 카카오톡인데 메신저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QR 코드를 인식해 물건값을 결제할 수 있고 위챗 톡방 내에서 친구끼리 메시지를 주고 받듯 서로 돈을 주고 받을 수도 있다. 택시를 타도 기사가 제공하는 위챗 QR코드를 읽으면 바로 결제가 되니 손에 핸드폰만 쥐고 있으면 내릴 때가 되어 부랴부랴 지갑을 열 필요가 없다. 이런 기능은 위챗방 내에서 여러 e-커머스 활동도 가능하게 하여 실제로 슈퍼마켓, 옷가게, 반찬가게 등이 위챗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위챗방에서 셀러들이 메시지를 보내듯이 물건을 올리면, 고객들은 위챗 메시지로 주문을 넣고 바로 위챗페이 송금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식당에 가서도 테이블에 붙은 QR코드를 읽어 주문하고, 바로 위챗 페이로 결제한다. 

위챗 내에서 배달 음식 주문, 결제, 실시간 배송 정보까지 확인 가능

이 정도까지는 아마 한 두 번 쯤 들어보셨으리라. 중국에선 거지도 동전통이 아니라 QR 코드를 앞에 두고 구걸하고 있다거나 우리나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핸드폰 결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뉴스가 종종 언론에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챗 페이 세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톡도 그렇듯이 위챗에도 여러 친구들과 그룹방을 만들어 친목을 유지하는데, 함께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1/n 페이가 필요할 경우 그 위챗방 내 '분할 청구' 버튼 하나면 자동 계산되어 자기 몫을 결제할 수 있다. 대표로 한 사람이 결제한 후 분할 청구를 누르면 정확하게 소수점까지 1/n로 자동 계산되고 나머지 사람에게 각자의 몫 만큼 결제 요청 버튼이 대화방에 떠서, 누르기만 하면 대표로 결제한 사람에게 송금이 되는 식이다. 심지어 그 대화방에서 결제에 참여할 사람을 골라 선택하는 기능도 있어 만약 모임에 불참했거나 해당 사항이 아닌 사람은 상황 따라 분할 청구에서 제외시킬 수가 있으니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릴 일도 없다. 정말 간편 결제의 끝판왕이다. 

위챗 내 분할 청구 기능, 간편한 1/n 페이. 한글도 지원된다.

한편 위챗 페이에는 홍바오(红包) 기능도 있는데 쉽게 말하면 모바일 돈봉투이다. 홍바오 버튼을 누르면 간단히 메시지를 쓰고 금액을 입력할 수 있다. 그렇게 홍바오를 보내면 정말 카드 봉투 모양으로 생긴 홍바오가 상대방에게 메시지로 뜨고 봉투를 누르면 상대가 보낸 금액이 자동으로 내 계좌로 쏘옥 들어온다.

위챗의 돈봉투, 홍바오. 간편하게 마음을 전달하는데 무척 유용하다. 복불복 홍바오도 가능하여 보낸 이도, 받는 이들도 누가 얼마를 나누어 받아갈지 몰라 재미있게 사용되는 기능

또한 이 홍바오는 꼭 한 사람에게만 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위챗방 여러 사람에게 동시다발로 뿌릴 수도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내가 총금액만 설정할 뿐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누가 얼마를 받을지 알 수 없는 복불복이란거다. 그래서 일종의 경품 행사처럼 명절 등에 상사가 후배직원들에게 복불복 홍바오를 보내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마치 사다리 타기 게임처럼 소소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위챗 페이의 다양한 적용은 원클릭 공과금 결제, 원클릭 핸드폰 요금 결제 뿐만 아니라 버스 요금까지 아우르고 있다. 또한, 'relatives' 기능이 있어 위챗 친구 중 특정 상대방에게 보낼 금액을 지정해놓으면 내가 매번 신경쓰지 않더라도 매월 그 금액 범위 내에서 상대방이 인출 가능하고 위챗 페이로 결제를 할 때마다 나에게도 알람이 와 아이 용돈 관리 목적으로 부모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정말 세심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위챗의 Relatives 기능. 매월 지정해놓은 금액만큼 상대방은 지출이 가능하고, 그 지출 알림이 나에게도 떠서 아이 용돈 기능으로 많이 활용된다

이런 수많은 간편 결제 관련 기능중에서도 특히 주목할만하고 감동적인 분야는 바로 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이다. 미니 프로그램은 따로 다시 앱을 깔지 않더라도 위챗 메신저 내에서 여러 앱과 자동 연결되어 간편함의 끝판왕을 선사한다. 위챗 내에 디폴트로 깔려 있는 띠디추싱(滴滴出行, 우버와 유사한 공유차량 서비스)을 이용하면 원하는 차량 호출은 물론 위챗 페이로 자동결제까지 되니 말 그대로 원클릭 서비스이다. 이 외에도 비행기/기차 예약, 호텔 예약, 영화 예약, 맛집/여행 정보 앱 뿐만 아니라 최근 타오바오를 위협할만큼 무섭게 성장중인 온라인 상거래 앱 핀둬둬(拼多多, 쿠팡과 유사한 온라인 쇼핑몰), 중고물품거래앱까지 위챗 세상에 다 들어가 있다. 위챗 메신저 프로그램만 깔았을 뿐인데 지갑, 신용카드 기능 뿐만 아니라 우버, 코레일, 대한항공, 호텔스닷컴, CGV, 트립어드바이저, 쿠팡, 당근마켓이 한꺼번에 다 연결되고 결제까지 이뤄지는 셈이다. 

위챗 내 미니 프로그램. 별도로 앱을 다시 깔 필요가 없어 너무 편리하다.

언택트 시대에 더욱 각광받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은 사실 대단히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아니다. 예전에도 인터넷 쇼핑몰은 있었고, 인터넷 예약 사이트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의 온라인 플랫폼은 정보를 더 많이 모으고, 더 쉽고 간편하게 사용하도록 접근성을 높이면서 2%의 편리함을 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바로 그 편리성의 향상, 즉 지금도 충분히 편리하고 간단하지만 조금 더, 조금 더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열망과 노력이 세상을 바꾸었다. 아마존이 도입한 '원클릭' 결제 시스템이 지금의 아마존을 만들어내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듯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챗은 간편결제에 더해 여러 서비스를 연결시키면서 따로 앱을 깔아야 하는 불편함까지 덜어내 우리를 귀차니즘에서 해방시키고 있다. 한국도 점점 간편결제, 오픈뱅킹 등을 통한 정보의 통합, 깔고 깔고 또 깔아야하는 다운로드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줄 공인인증서 폐기 등 점점 간편하고 편리한 모바일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들었다. 2007년 애플이 첫번째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선보이며 온 세상이 핸드폰 안으로 쏘옥 들어왔듯이 이제는 점점 한 플랫폼, 한 프로그램 안으로 연결되며 모이고 있다. 

마치 우리가 옛날을 떠올릴 때 화폐 없이 물물교환 시대에는 불편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한 것 처럼 미래의 아이들은 빳빳한 종이돈과 짤랑거리는 동전을 역사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중국에 와서 살면서 실제 돈 구경해본지가 오래되었다!

[최지혜]

현재 상해 거주 4년차로 자연주의 BOCHA를 운영중입니다.

미국 Columbia 대학 석사과정 졸업 후 맥쿼리증권, 한투증권, 다이와증권 등에서 리서치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었구요. 

직업병처럼 상해를, 중국을 찬찬히 뜯어보며 분석해보는 걸 좋아합니다. 미국, 캐나다, 한국 거주 경험과 비교해보니 중국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더라구요.

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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