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想想) 상해] 상해의 시간이 흐르는 와이탄
[상상(想想) 상해] 상해의 시간이 흐르는 와이탄
  • 최지혜
  • 승인 2020.09.11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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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센느강, 런던에 템즈강,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상해에는 황푸강(黄浦江)이 있다. 황푸강은 상해 중심을 남북으로 가르지르며 흐르는 강으로, 마치 서울이 한강을 기준으로 강북/강남으로 나뉘듯이 상해는 황푸강을 중심으로 푸동(浦东)과 푸시(浦西)로 나뉜다. 서울 강북이 옛부터 쭈욱 이어져내려온 공간이고 강남은 새로 개발된 곳인 것처럼 상해는 푸시가 오래된 동네, 푸동은 신규로 개발된 곳이다. 일전에 기고했던 미래도시 같은 상해의 마천루 삼총사는 푸동에 있고 상해를 대표하는 공항(푸동공항)도 푸동에 새롭게 지어졌다.

상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황푸강, 황푸강을 중심으로 동쪽이 동방명주 등이 있는 신개발지구 푸동(浦东), 서쪽이 올드 타운 푸시(浦西)이다. (사진 출처=직접 촬영)

보통 상해로 여행을 올 때 가장 많이, 가장 먼저 들어보는 곳이 아마 와이탄(外滩)일 것이다. 와이탄은 서쪽의 황푸강변을 말하며, 강 건너 삐까뻔쩍한 푸동의 마천루 풍경이 일품이고 1900년대 초중반 서양열강이 상해로 밀고 들어왔을 때 지은 유럽풍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강변에 늘어서 있어 무척 아름답고 운치있다. 영국과 청나라의 난징조약 체결 이후 상해가 강제 개항을 하면서 와이탄은 중국 근대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거주 지역(조계지)이 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태양의 제국'은 당시 상해 와이탄의 모습과 역사적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슴 아픈 역사의 산물이지만 현재는 ‘세계 건축 박물관’이라는 별칭이 붙을만큼 관광 명소로 무척 유명해 해외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상해 와이탄으로 단체 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다.

와이탄 거리 모습. 상해가 강제 개항되며 20세기 초/중반 서양 열강들이 들어와 지은 건축물들이 황푸강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금융의 대표 도시 및 관광 명소 답게 은행 및 각종 고급 호텔,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다. 상해를 대표하는 호텔 및 품격 있는 음식점들은 거의 와이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 출처=大众点评)

와이탄의 석조 건물들에는 현재 호텔, 은행, 고급 레스토랑 등이 많이 들어와 있다. 새로 개발되어 넓고 높고 깔끔한 푸동에도 파크 하얏트, 그랜드 하얏트, 포시즌스 등 고급 호텔들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와이탄에도 하얏트 온 더 번드, 페어몬트, W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 등 세계 유명 호텔 체인들이 포진해있다. 푸동에 있는 호텔들은 그 지역 특색을 살려 초고층에 화려함이 특징이라면 와이탄에 위치한 호텔들은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아주 운치있다. 여기가 유럽인지 중국인지, 20세기인지 21세기인지 모를만큼 묘한 감동에 젖어 황푸강 건너편 푸동의 마천루를 보고 있자면 또 미래도시에 온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와이탄 페어몬트 호텔. 장국영의 영화 ‘풍월’ 촬영장소로도 유명하고 상하이 최고의 클래식 호텔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건물 내부 인테리어까지 1920~30년 그 시대 유행했던 아르데코 양식을 충실히 따라 마치 막 개항한 상해 그 때 그 시절로 쏙 들어온 기분을 들게 한다. (사진 출처=大众点评)

와이탄은 거의 1900년대 초중반에 지어진 아르데코 스타일의 건물들로, 화려하고 우아함, 유려한 곡선과 기하학적 패턴을 자랑하는 역사 깊은 건물들이 주를 이룬다. 그 내부 인테리어 또한 비슷한 경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와이탄 거리를 걷거나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상해의 첫 시작점에 와 있는 묘한 기분에 젖어들곤 한다. 상해는 북경, 시안 등 중국 역사상 일찍부터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던 도시들과 달리 1800년대 중반 서양 열강에 의해 강제 개항을 하면서 비로소 부각된 도시이다. 와이탄이 맨 처음 발전했던 이유도 서양에서 바다로 상해로 접근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다. 이렇게 스토리를 가진 거리 혹은 공간은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요즈음 옛 폐공장을 개발하거나 오래된 건물의 뼈대를 살린 채 개발하는 건축과 공간이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그 공간에 녹아있는 시간속의 스토리 때문일 것이다. 와이탄 거리에 서 있으면 그 아름다운 건물과 공간에 현혹되기도 하지만 영화 속 장면처럼 떠오르는 개항의 첫 시작, 그 후 눈부시게 발전하여 명실상부 국제도시로 우뚝 선 현재의 위상, 그래서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들어선 와이탄 거리 공간들, 그리고 고개들어 황푸강 너머를 보면 끝도 없이 솟아 있는 압도적인 마천루 건물들이 상해의 미래까지 실감나게 하며 상해를 다 품고 있는 충만한 느낌이 든다.

와이탄에서 황푸강 너머 푸동을 바라본 모습. 같은 상해임에도 불구하고 와이탄의 정취와 강 너머 푸동의 분위기는 매우 달라 묘하게 이질적인 매력을 풍긴다. 20세기 초 상해가 막 개항했을 때의 과거와 금융국제도시로 눈부시게 발전한 현재, 그리고 강너머 마천루를 보며 상해의 미래를 다 품을 수 있는 공간이 와이탄이다. (사진 출처=직접 촬영)

현재 보통 와이탄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그 곳은 북와이탄인데 상해에서 가장 외국인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또 상해에서 가장 중국인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할만큼 명실상부 상해를 대표하는 곳이다. 여기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예약까지 해가며 찾아가는 이유는 그 공간만이 가지는 역사성, 예술성, 그리고 특이성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북와이탄에서 점점 남쪽으로 내려오며 황푸강변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대륙의 개발 프로젝트답게 그 규모가 매우 크며, 강변을 따라 미술관 및 전시장들을 많이 유치해 문화예술지구로 특정 짓고, 카페 거리 등을 만들어 강변의 멋과 운치를 한층 더 잘 활용하고 있다. 향후 기회가 된다면 황푸강변에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유수의 미술관들을 소개해 상해의 문화, 예술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한국도 이렇게 아름다운 한강변을 이용한 여러 공간들을 더 개발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부러운 곳이다.

황푸강 서쪽 널리 알려진 (북)와이탄에서 남쪽으로 한참 내려온 강변에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문화 예술 단지, West Bund. 유수의 전시관(미술관)들이 여럿 모여 있고 문화 예술 지구로 개발중인 곳이다. 강의 운치와 미술관의 정취가 서로 어울려 최근 필자가 제일로 꼽는 상해의 공간이다. (사진 출처=직접 촬영)

모든 길은 다 로마로 통했듯이 상해의 모든 길은 다 와이탄으로 통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와이탄은 상해의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중심에 서 있고 점점 그 영역을 문화, 예술, 건축으로 확장하며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도심 속 강변을 따라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건물이 있고 그 거리에는 스토리가 녹아 있으며,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고급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은 충실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상해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 품고 있는 듯한 와이탄 거리는 그래서 가장 상해다운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지혜]

현재 상해 거주 4년차로 자연주의 BOCHA를 운영중입니다.

미국 Columbia 대학 석사과정 졸업 후 맥쿼리증권, 한투증권, 다이와증권 등에서 리서치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었구요. 

직업병처럼 상해를, 중국을 찬찬히 뜯어보며 분석해보는 걸 좋아합니다. 미국, 캐나다, 한국 거주 경험과 비교해보니 중국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더라구요.

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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