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想想) 상해] 대륙의 어마무시한 소비 이정표, 1111 광군제
[상상(想想) 상해] 대륙의 어마무시한 소비 이정표, 1111 광군제
  • 최지혜
  • 승인 2020.11.13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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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가장 큰 명절은 춘절이다. 주말 포함 거의 열흘 남짓이 휴일로 말 그대로 온 대륙이 들썩인다. 명절은 아니지만 중국을 그만큼 들썩이게 하는 큰 이벤트가 또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선 빼빼로데이로 기념하는,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이다. 원래는 딱 그 날 하루 빅세일이 이뤄지는 쇼핑 데이지만 행사가 워낙 커지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약 보름전부터 온라인/오프라인이 1111 광군제 맞이로 흥분모드가 된다. 11(十一)이 두 개인 날이라 双十一(双11)이라고도 부른다.

광군제를 몇 시간 앞둔 타오바오 쇼핑몰 메인 화면. 온통 双11 마크를 달고 몇 시간 후 11월 11일 자정부터 벌어질 빅세일을 준비 중이다. 심지어 자동차도 스페셜 이벤트 격으로 큰 폭의 할인 판매에 동참 중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타오바오쇼핑몰)

광군제의 의미를 그대로 풀어보면 독신절, 즉 솔로데이이다. ‘광군(光棍)’은 홀아비나 독신남, 또는 애인이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로, ‘1’자의 모습이 외롭게 서 있는 사람 모습과 비슷해 11월 11일이 광군제가 되었다. 솔로들을 챙겨주고 위로해주는 일환으로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시작한 것이 11월 11일 광군제의 모티브였지만 지금은 전 중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큰 이벤트가 되었다. 소위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인 셈이다.

이렇게 11월 11일 광군제가 큰 행사가 된 저변에는 전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이 자리잡고 있다. 2009년 광군제를 맞아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자회사인 타오바오몰을 통해 대대적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광군제는 중국 최대 쇼핑데이가 되었다. 이후 타오바오(淘宝) 뿐만이 아니라 징동(京东), 핀둬둬(拼多多) 등 중국의 내노라 하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가세하며 11월 11일은 전국민이 기다리는 축제 같은 행사로 자리잡았다. 

대륙의 14억 인구가 할인된 물건을 쓸어담는 쇼핑일인만큼 그 거래액 및 거래규모 또한 어마어마하다. 광군제 행사의 첫 시작이었던 2009년엔 매출이 0.5억 위안(약 85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1,207억 위안을 기록, 처음으로 1,000억 위안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에는 일매출액 2,684억 위안(약 46조 원)으로 2016년 대비로도 또 두 배 넘게 점프했으며 1초당 주문규모가 54만 4천 건에 이르렀다. 첫 시작인 2009년의 0.5억 위안 대비 약 10년만에 매출액이 5,00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며칠 전 치뤄진 올해 1111 광군제 행사는 매출 4,982억 위안(약 84조 원)을 기록하며 다시 작년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2009년 첫 시작 이후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광군제 매출액은 매년 신기록을 갱신하며 중국의 최대 이벤트이자 중국의 소비, 더 나아가 중국의 사회, 문화, 경제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적인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2009년 이후 11월 11일 광군제 하루 매출액 연간 추이. 약 10년 동안 무서울만큼 가파른 속도로 성장했다. (출처=百度2019年双大数据报告)

이렇게 온 대륙을 들썩이게 하는 핫한 행사가 되면서 올해 2020년에는 급기야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를 1·2부로 나눠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매년 11월11일 자정이 되면 시작되는 할인 행사에 모두들 마치 새해를 맞이할 때처럼 11월 11일이 되길 기다리며 잠도 안 자고 한 손에 핸드폰을 쥔 채 기다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19 등으로 소비가 더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을 뿐만 아니라 언택트 온라인 소비가 강세를 띠면서 더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내고자 했던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 11월 1~3일에 1부가 진행됐고 11일에 메인 이벤트가 다시 진행되는 식으로 축제 기간을 총 4일로 늘렸다. 

광군제 할인의 폭은 종류별로 다르지만 거의 전종류의 제품을 할인하는데, 특히 스페셜 이벤트로 아파트, 자동차 등을 파격적으로 할인해 팔기도 한다. 올해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새로 가세해 80만 채에 달하는 주택을 정가보다 최대 100만 위안 (약 1억 7천만 원)까지 할인했으니 정말 로또 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으며, 20만 대가 넘는 자동차를 대폭 할인판매했다. 

보통 고가의 가전제품 같은 경우 기본 20~30%는 할인되고 선착순 수량 제한을 두고 더 큰 폭의 할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어 1111 광군제를 집안에 새로운 물품을 들이거나 바꾸는 기회로 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히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이 주부들 사이에서는 손꼽아 기다렸다 구입하는 아이템이고 휴대폰, 화장품, 의류 등의 패션제품도 판매 순위 상위에 꼽히는 제품군이다. 

텔레비전(3,599위안에서 2,999위안으로 할인), 로봇청소기(1,799위안에서 1,399위안으로 할인) 등의 가전제품 광군제 할인 상황.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들이다 보니 할인액이 꽤 커 광군제의 핵심적인 인기 상품들이다. (출처=타오바오쇼핑몰)

판매업자는 광군제를 계기로 한 해가 가기 전 재고 정리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소비자들은 평소보다 할인된 가격에 득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벤트이다. 필자도 평소에 그냥 생각만 해 두었던 냄비, 프라이팬 등을 이번 1부 광군제 행사 기간 동안 약 2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해 주방 용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기회로 삼았다.

한편 판매자도 다르고, 품목의 종류도 전혀 다르지만 장바구니에 넣고 한꺼번에 결제하는 총합 금액이 적정 수준을 넘어갈 경우 다시 추가 할인해주는 시스템도 있어 쌀 때 사 두자는 ‘사재기성’ 소비 뿐만 아니라 소비가 소비를 부르는 유혹도 만만치 않다. 또한 평소에 자국 제품 대비 다소 고가라 사기 망설였던 해외 수입제품, 명품 등도 광군제의 할인 혜택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잘 몰랐던 신제품들도 이번 기회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해외 국가 브랜드들도 광군제를 1년 중 가장 중요한 판매 포인트로 삼고 있다. 

따라서, 11월 11일 광군제가 단순히 할인 쇼핑의 개념을 넘어서 제조업체, 유통업체들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릴 만큼 중요한 실적 및 브랜드 선호도의 이정표가 되니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광군제 행사를 열심히 준비하고 또 그 판매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래서 우리나라 화장품주, 음식료주 등은 광군제 테마주라 분류되기도 하고 광군제 판매 실적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갈릴 만큼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광군제 행사를 앞두고 타오바오에서 할인 가격을 예고하고 있는 우리나라 인기 화장품 Whoo와 인기 식품 비비고 제품. (출처=타오바오쇼핑몰)

우리나라도 요새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잡았는데, 중국은 소위 왕홍(网红)이라 불리는 이들의 영향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특히 중국의 왕홍들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 소개를 많이 하는데 녹화된 영상이 아니라 생방송으로 제품을 시현하며 방송하다보니 마치 친구에게 생생한 후기를 듣는 것처럼 현장감이 느껴지고, 대륙 사이즈 답게 라이브 방송 시청자수가 엄청나다보니 그들의 입을 탄 제품의 실시간 판매량 상승세는 상상 이상이라 들었다. 그래서 특히나 너무나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광군제 행사에서는 왕홍들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 전쟁으로 불릴만큼 치열하다. 

왕홍이 생방송으로 설화수 제품을 직접 사용해가며 홍보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라이브 커머스 판매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이다. (출처=타오바오쇼핑몰)

11월 11일 광군제 행사를 기획한 알리바바가 이처럼 대성공을 거두자 중국 전자상거래 제 2위 업체인 징동도 창립기념일인 6월 18일에 6.18 행사를 기획하고 할인 판매를 시작했으나 아직 광군제와 같은 이슈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륙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큰 혜택을 보는 셈이니 만약 6.18 행사까지 성장세가 커질 경우 상반기 한 번, 하반기 한 번 큰 소비 경제 시스템이 돌아가게 될 수 있을 듯 하다. 혹은 올해 1, 2부로 진행되는 광군제 행사를 시작으로 그 기간이 점점 늘어나다 보면 나중에는 11월 한 달 내내 광군제 쇼핑을 즐기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1월 11일 자정을 시작으로 시작되는 할인행사이다 보니 그 날 밤에는 거의 잠을 안 자고 온라인 쇼핑을 즐겨 보통 12일 오전에 지인들을 만나면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한 초췌한 얼굴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날의 주제는 당연히 각자 득템한 아이템들을 자랑하고 그래서 총 얼마를 썼는지 얘기하느라 바쁘다. 이렇게 지인들의 구매 정보를 들으며 미처 몰랐던 상품 얘기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또 앱을 켜고 바로 쇼핑을 하기도 하니 광군제는 이미 하나의 축제처럼 자리잡았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현 경제 상황과 소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도 시장에서의 자사 브랜드 인지도와 인기도를 평가받는 중요한 계기가 되며,  소비자들도 단순히 할인 쇼핑을 넘어서 새로운 유행을 알고 쫓아갈 수 있는 문화적경험이 되니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안해냈던 자그마한 이벤트가 십년만에 이렇게 경제, 사회, 문화적 바로미터가 될만큼 성장한 걸 보면 대륙의 소비 파워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최지혜]

현재 상해 거주 4년차로 자연주의 BOCHA를 운영중입니다.

미국 Columbia 대학 석사과정 졸업 후 맥쿼리증권, 한투증권, 다이와증권 등에서 리서치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었구요. 

직업병처럼 상해를, 중국을 찬찬히 뜯어보며 분석해보는 걸 좋아합니다. 미국, 캐나다, 한국 거주 경험과 비교해보니 중국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더라구요.

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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